“하동 하면 차(茶)의 고장이지…” 하동군이 군목(郡木)을 바꾸려는 이유

입력 2025-11-19 10:27
‘차(茶)의 고장’ 경남 하동군이 군목을 은행나무에서 차나무로 변경하는 절차에 나섰다. 사진은 하동군 지리산 자락 야생차밭 전경. 하동군 제공

경남 하동군이 ‘차(茶)의 고장’이라는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1982년 지정한 군목(郡木) 은행나무를 차나무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동은 지리산 자락의 야생차 중심 소규모 농가가 많고 전통적 차 재배 방식을 이어오는 ‘차의 본고장’을 자부한다. 대규모 다원과 압도적 재배량을 자랑하는 전남 보성군과는 지난해 도원결의가 아닌 ‘다원결의(茶園結義)’를 맺고 차 산업 발전을 위해 손을 잡기도 했다.

하동군은 지난달 군의 상징물 군목에 대한 군민 의견 수렴 설문조사를 했고, 군목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58.8%로 나타났다.

현재 하동의 군목은 풍요와 번영을 의미하는 은행나무로, 1982년에 지정된 이후 오랜 기간 군을 상징해 왔다.

하지만 군은 하동군의 사회·문화적 특성과 경제적 기반을 반영하고 지역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상징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이번 설문조사를 기획했다. 군청 홈페이지와 네이버 폼을 통한 온라인 조사, 읍·면사무소 및 군청 민원실을 통한 오프라인 설문조사가 병행됐다.

총 1081명의 참여자 중 하동군의 군목이 은행나무인 것을 알고 있는 비율은 46%로 나타났다. 이 중 58.8%(636명)가 군목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은행나무로 유지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군목 변경을 지지한 군민들은 새 군목으로 하동 대표 차나무를 가장 선호했다. 변경이 필요하다는 응답자 중 67.8%인 439명이 차나무를 선택했다. 하동군이 지닌 ‘대한민국 차(茶)의 본고장’이라는 지역 정체성과 문화·경제적 상징성이 반영되기를 기대한 것이다.

하동군 관계자는 “군목 변경 필요성에 공감하는 군민이 더 많았지만 유지 의견도 적지 않았다”며 “군목 변경은 단순 나무 교체가 아니라 지역의 상징을 새로 정립하는 일인 만큼 군민 전체의 이해와 공감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군민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고 하동의 상징이자 미래 세대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동=이임태 기자 si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