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쌀수록 잘 팔린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약진에 업계 전략도 ‘들썩’

입력 2025-11-19 06:00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공식이 스마트폰 업계에서도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와 애플이 내놓은 제품 중 판매량 1위는 모두 최고가 모델이 차지했다.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점점 길어지는데다,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이 집약돼 적용되는 제품이기에 조금 더 돈을 들여서라도 ‘차별화된 경험’을 누리려는 소비자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했던 삼성전자, 애플 외에 중국 기업까지 고가 제품을 선봉에 세우는 판매 전략에 나서고 있다.

하나증권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판매된 갤럭시 S25 시리즈는 총 2561만대로, 이 중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 S25 울트라가 절반에 가까운 1218만대를 차지했다. 지난 7월 출시된 갤럭시 Z7 시리즈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Z 폴드7이 187만대, Z 플립7이 90만대로 역시 더 비싼 제품의 판매량이 높았다.

기업들이 고가 스마트폰 제품에 집중하는 이유에는 ‘박리다매 전략’으로는 수익 창출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판단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똑같은 한 대를 팔아도 중저가 제품은 남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프리미엄 라인에 주력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다음달 공개가 유력한 삼성전자의 트라이폴드폰은 두 개의 힌지가 모두 안으로 접히는 ‘듀얼 인폴딩’ 방식으로 시장 내 존재감을 확실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제품의 출고가는 300만원 후반에서 400만원 초반 수준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가 제품의 약진에 애플은 10년 넘게 이어져 온 ‘가을 신작 공개’ 관행을 바꾸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연 1회 출시 체제를 연 2회로 바꾸는 계획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내년 가을에는 아이폰 18 프로와 프로 맥스, 첫 ‘폴더블’ 아이폰이 우선 공개될 예정이다. 프리미엄 모델을 앞세워 구매를 유도하고, 보급형 모델을 후속으로 내놓으며 시장 수요를 골고루 흡수한다는 것이다. 실제 애플의 아이폰 17 시리즈 경우 출시 후 첫 2주간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프로·프로 맥스 모델 판매 비중이 전체의 75%에 달했다.

가성비 스마트폰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중국 기업들도 고급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샤오미가 지난 9월 출시한 샤오미 17 프로 맥스는 애플의 제품에서 사용하는 명칭을 그대로 따라했다. 이름에 걸맞게 퀄컴의 최신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를 앱 프로세서(AP)로 채택하고, 배터리 용량도 7500밀리암페어(mAh)로 늘리는 등 변화를 줬다.

복수의 중국 IT 매체와 웨이보에 따르면 화웨이 역시 곧 출시할 메이트 80 시리즈에서 기존 프로+ 모델을 프로 맥스로 바꿔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모델은 화면 크기, 카메라 성능, 배터리 용량 등 주요 사양을 극대화해 프리미엄 대열 합류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