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대학생 이다은(27)씨는 최근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에서 진행 중인 ‘매일 10원 뽑기’ 미션에 참여했다가 그만뒀다. 해당 미션은 광고를 10초 시청하면 10원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한다. 하지만 막상 광고를 보고나면 10원, 7원, 3원, 1원이 무작위로 뜨다가 10원이 짧게 뜨는 순간 화면을 클릭해야만 10원을 획득할수 있다. 이씨는 “10원이 적힌 화면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1원은 오랫동안 보여줘 사실상 1원을 받도록 유도하는 미션이었다”며 “토스가 10원 때문에 이렇게 치사하게 해야하나 싶어 화가 났다”고 말했다.
2030세대가 널리 이용하는 토스 애플리케이션(앱)의 미션 리워드(일정 과제를 수행하면 현금성 포인트를 지급) 이벤트가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액 보상을 미끼로 반복 클릭을 유도하면서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교묘한 방식으로 애초 내건 보상과 다른 점이 많기 때문이다.
토스가 올리브영과 연계해서 진행 중인 다른 이벤트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반복된다. ‘올리브영에서 구매하면 6000원 지급’이라는 안내에 따라 ‘제 3자 개인정보 제공 동의’까지 마친 후 6000원 받기 버튼을 누르면, 첫 구매자에 앱 구매일 경우만 인정된다는 조건이 뒤늦게 표시된다. 이미 온라인몰 이용 이력이 있는 소비자라면 개인정보는 제공했지만 보상은 받을 수 없는 셈이다. 해당 이벤트 참여를 중단한 김민정(30)씨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듯한 미션에 피로도만 높아지고 토스가 이용자들의 정보만 빼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토스는 지난 2월에도 ‘꽃돼지 밥주기’ 이벤트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토스는 친구를 초대하면 1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30명 이상에게 링크를 공유해야만 보상 조건이 충족되게끔 설계했다. 해당 이벤트는 단기간에 큰 관심을 끌며 이틀 만에 참가자 수 600만 명을 돌파했지만 다단계식 모객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이용자만 끌어들이면 된다는 식의 이벤트 만능주의가 금융 플랫폼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9일 “사전에 보상이 구체적으로 공지되지 않는 점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소비자들이 기대를 갖게되는 만큼 실제 기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면 오히려 앱 홍보차원에서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24년 한국소비자원의 금융 앱테크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토스 등 여러 금융권에서 시행하는 앱테크 미션과 관련한 주요 불만 가운데 배너에 표출된 미션과 실제 수행하는 미션이 다르다는 대답이 24.5%로 가장 많았다.
토스 측은 이벤트의 취지가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고 직접적인 고객 피해나 개인정보 유인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토스 관계자는 “다양한 리워드 기반 이벤트를 통해 참여의 재미를 더한 실질적인 보상을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한다”며 “모든 이벤트는 사전 적정성 검토 과정을 거쳐 참여조건과 혜택내용 유의사항을 명확히 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