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엄태영 의원 “구정 전 재창당 수준 결단 필요…모두 만세탕 된다”

입력 2025-11-18 18:54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 내에서 “과거와 과감하게 단절하고 재창당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15 부동산 대책,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등 잇단 여권의 실책에도 야당의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 국민적 지지를 끌어오려면 당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충북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자당 의원 107명 전원이 참여하고 있는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구정 전에 당명을 바꾸고 재창당 수준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쇄신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어 “과거랑 과감히 단절하고, 잘라내고, 새롭게 출발하지 않으면 주전자 속 개구리마냥 모두 만세탕이 된다”며 “선거 6개월 (남았다), 빌드업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당명까지 바꾸는 쇄신이 없다면 끓는 물 안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의원들은 대화방에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엄 의원은 일부 의원들로부터 동의한다는 의견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엄 의원은 18일 통화에서 “지금 우리 당이 무당층보다도 지지율이 낮게 나오고 있다”며 “과거와 단절도 못 하고, 제대로 된 사과도 못 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더불어민주당이 싫어도 우리 쪽으로 오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정쩡하게 가서는 안 된다. 과거를 다 정리하고, 당명도 바꾸고 적어도 구정 전까지는 빌드업을 해야 한다”며 “그 타이밍이 지나가 버리면 늦는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단절과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사과 필요성 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장 대표의 ‘우향우’ 행보에 대한 당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박정하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장 대표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지도부가 너무 우클릭해서 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며 “(당 지도부가) 어느 시점에 가면 중도로 간다고 하지만 이미지가 너무 굳어지고 나면 ‘난 중도야’ ‘당 결속을 위해 우클릭했을 뿐이다’라고 해도 먹히지 않은 순간이 온다. 지금도 많이 늦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