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서 버거, 버거집서 피자 판다…“하나만 잘해선 살아남기 힘드니까”

입력 2025-11-19 05:01
맘스터치는 피자 전문 브랜드 ‘맘스피자’가 지난달 200호점을 돌파했다고 18일 밝혔다. 맘스피자 1호점 오픈 후 약 2년 5개월 만으로, 기존 매장에 피자를 함께 판매하는 ‘숍앤숍’ 모델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맘스터치 제공.

치킨 전문점에서 버거를 사고 버거 브랜드에서 피자를 주문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카페에서 식사를, 뷔페에서 디저트만 즐길 수도 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외식업계가 메뉴를 다각화하고 판매 시간대를 넓히며 수익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맘스터치는 피자 전문 브랜드 ‘맘스피자’가 지난달 200호점을 돌파했다고 18일 밝혔다. 맘스피자 1호점 오픈 후 약 2년 5개월 만으로, 기존 매장에 피자를 함께 판매하는 ‘숍앤숍’ 모델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맘스터치에 따르면 전환 매장의 전후 3개월 매출을 비교한 결과 평균 매출 신장률이 34%에 달했다. 버거·치킨 중심 매장에 피자를 더해 한 곳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 전략이 매출 증대로 이어진 것이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점심 시간대 공백을 메우기 위한 메뉴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치킨 수요가 저녁과 야식에 몰려 많은 매장이 점심엔 영업조차 하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bhc는 최근 문을 연 서울 개포자이스퀘어점에서 치킨버거 3종을 한정 판매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도 판교 사옥 1층에 신규 델리 브랜드 ‘소싯’을 열고 치킨 버거와 샌드위치를 선보였다.

BBQ는 더 나아가 메뉴 폭을 크게 넓힌 프리미엄 플래그십 ‘BBQ 빌리지’ 모델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화덕피자부터 파스타, 베이커리, 커피까지 약 190종의 메뉴를 갖춘 ‘크로스오버 매장’으로 송리단길·울산·부산·청계광장 등 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BBQ 관계자는 “치킨집은 늦은 저녁 포장을 위해 찾는 매장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복합 외식 공간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카페·패밀리레스토랑 업계도 빈 시간대를 공략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디야커피랩’을 재단장하면서 매장에서 직접 만든 피자와 햄버거 등 식사용 메뉴를 파는 ‘델리 존’을 신설했다. 반대로 이랜드이츠의 뷔페 브랜드 ‘애슐리 퀸즈’는 평일 오후 3~5시 디저트와 음료를 1만원 미만에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디저트 타임’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7월 시범 도입 후 넉 달 만에 운영 점포가 29곳으로 늘었다.

외식업계가 적극적으로 메뉴를 넓히는 배경엔 포화 상태에 이른 시장 환경이 있다. 고정비 부담이 늘며 전반적인 수익성도 악화되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4년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외식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8.9%으로, 2018년 조사 (17.8%)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식재료비 상승과 경쟁 심화가 경영상 부담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배달앱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 선택 기준이 브랜드 중심에서 메뉴 중심으로 이동한 점도 변화를 이끌었다. 메뉴 종류가 다양한 매장이 검색 노출 등에 유리해지면서 여러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전략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가맹점주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