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부담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맥도날드 가맹점주 행사에 참석해 맥도날드가 가격 인하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인플레이션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민심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웨스틴호텔에서 열린 맥도날드 ‘임팩트 서밋((Impact Summit)’ 행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들의 가격을 낮춰준 데 대해 특별히 감사를 표한다”며 “‘엑스트라 밸류 밀’을 다시 가져온 것은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엑스트라 밸류 밀은 5달러짜리 맥 모닝 메뉴, 8달러짜리 빅맥·맥너겟 세트 메뉴 등을 포함한다. 맥도날드가 점점 비싸진 가격으로 뭇매를 맞자 지난 8월 대놓은 특단의 조치다.
앞서 16일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는 맥도날드와 델타항공, 호텔 체인 등의 매출 실적과 연체율 자료를 토대로 최근 소비 동향 변화를 분석했다. 미국의 소비 양극화 논란을 촉발한 것은 지난 8월 발표된 맥도날드의 2분기 실적 결과 발표였다. 2분기 매출은 68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간 대비 5% 늘었지만, 저소득층의 매장 방문은 두 자릿수 비율의 감소세를 보였다.
LA타임스는 맥도날드 제품의 급격한 가격 인상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전 세계적으로 풀린 유동성이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분별한 관세 정책이 상품 가격에 추가 악재가 됐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은 미국이 사랑하는 ‘저렴한 선택지’에 다시 헌신하고 있다”며 “맥도날드가 미국의 생활물가를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여러분의 역대급 충성 고객 가운데 한 명”이라며 친근한 표현을 연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그들은 저렴함을 이야기하지만, 역사상 가장 나쁜 인플레이션이 그들 시절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물가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돌리는 민주당 주장에 반박하며 “정부가 물가를 잡는 데 상당한 진전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생활비 이슈에서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이 완패하며 생활비 문제는 핵심적인 정치 이슈로 부상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향후 몇 달간 이어질 생활비 완화 메시지의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일정이 줄었지만 참모들은 그를 다시 전국 무대에 세워 물가 인하 성과를 홍보하는 순회 유세를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물가를 낮추기 위해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식료품비·주거비·에너지 가격 등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경제정책 분석가는 블룸버그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정책 때문에 물가가 올랐다는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해 국민이 가장 자주 체감하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물가 상승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치적 시도지만 실제 물가가 여전히 높은 만큼 유권자 설득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