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발전소 합동감식에 나서… 사고 원인 수사 본격화

입력 2025-11-18 15:38

경찰 등 관계기관들이 7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현장 합동 감식에 나섰다.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은 18일 오후 2시부터 울산화력 붕괴 현장의 감식에 들어갔다. 사고가 난 지 12일, 매몰자 시신을 모두 수습한 지 4일 만이다.

경찰은 이 사고 수사를 위해 형사기동대장을 팀장으로 70여 명 규모의 전담팀을 꾸렸다. 노동부도 20여 명 규모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이들은 현장에서 사고가 난 보일러 타워 5호기 잔해를 살펴보고 수사에 실마리가 될 구조물 일부를 확인한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이번 참사가 타워 해체를 쉽게 하려고 기둥 단면을 미리 잘라내는 ‘사전 취약화 작업’ 중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가 난 보일러 타워 5호기 잔해에서 기둥과 지지대 등 주요 철골 구조물을 미리 잘라 놓는 ‘사전 취약화 작업’을 중심으로 사고 원인 분석이 진행된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합동 감식에서 절단의 형태 등을 장비와 육안 등을 통해 분석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규정에 어긋난 과도한 작업이 이뤄졌거나 공사비와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철거를 진행했는지도 집중 살펴본다. 안전관리계획서상 취약화 작업은 지상 1m와 12m에서만 하게 되어 있었지만, 작업자들은 25m 지점에서 작업하다 사고를 당했다.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고, 붕괴 사고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이날 합동 감식 결과에 따라 추가 합동감식도 검토한다.

경찰은 이날 감식 내용을 바탕으로 조만간 발주처인 동서발전과 시공사인 HJ중공업, 도급사 코리아카코 등에 대한 강제 수사도 조만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사는 공사 계약을 비롯해 수주 자격이나 절차, 도급 과정, 안전 관리 등 공사 계약과 지시 체계 전반을 살펴본다.

현장 안전책임자와 작업 지시자 등 핵심 관계자 등은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돼 조사받았지만, 추가 소환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합동 감식 결과, 관련자 진술, 공사 관련 서류 등을 종합해 사고 원인과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사고 발생 2주 전인 지난달 23∼24일 동서발전이 대한산업안전협회에 맡긴 ‘울산화력 4·5·6호기 공사 안전보건 이행 실태’ 점검에서 안전 점수 93점(매우 양호)을 받았는데도 사고가 발생해 점검 자체가 형식적이었는지 등도 따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점검에선 '절단 작업', '발파 작업' 등이 당일 현장에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동서발전 측은 해당 안전보건 점검은 법적 의무가 없는 것으로, 구조물 자체가 아니라 작업자의 작업 환경이 안전한지 확인하고 개선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오후 2시 2분쯤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높이 63m, 가로 25m, 세로 15.5m의 보일러 타워 5호기가 무너져 당시 현장에 있던 작업자 9명 중 7명이 매몰돼 모두 숨졌다. 2명은 매몰 직전 자력으로 탈출했으나 중경상을 입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