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그렇게 압도적으로 눈 가리고 숨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를 정도의 압도적 경관은 전혀 아니다”고 18일 밝혔다.
그러면서 재개발 문제를 두고 연일 충돌하고 있는 김민석 국무총리를 향해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해결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333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김규남 국민의힘 시의원 관련 질문에 재개발 시뮬레이션 3D 이미지를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오 시장은 해당 이미지를 두고 “정전 앞 상월대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평균 신장의 서울시민이 서서 남쪽에 새로 지어지는 세운4구역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이 그림이 종로변에 100m가 약간 안 되고 청계천 변에 150m가 약간 안 되는 높이로 지어질 때 모습”이라며 “정전에 섰을 때 눈이 가려집니까. 숨이 턱 막힙니까. 기가 눌립니까”라고 반문했다.
오 시장이 공개한 이미지는 정전 상월대 위에서 외부 정면을 바라본 모습인데, 정전에서 바라볼 때 시야 가운데 부분에 남산타워가 보이고, 좌측으로 세운지구가 위치해 있다. 또 정면 우측으로 인사동 숙박시설이 수목선 위로 일부 노출돼 있다.
서울시가 고시한 내용에 따르면 세운4구역 건물 최고 높이는 당초 종로변 55m·청계천변 71.9m에서 종로변 101m·청계천변 145m로 변경됐다.
다만 서울시는 종묘 경계에서 100m 내 건물은 최고 높이가 27도 각도 안에 들어와야 한단 앙각 규정을 확대 적용해 종로변은 98.7m, 청계천변은 141.9m로 높이를 계획했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정전 시야각 30도 범위 밖에 있어서 경관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단 입장이다.
오 시장은 “정전 바로 앞에서 봤을 때 느끼는 모습을 가장 과학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라며 “과연 이로 인해 종묘 가치가 떨어지고 정전의 건축학적 아름다움이 저해되는지에 논의 초점이 맞춰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운4구역 재개발 문제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김민석 국무총리를 겨냥한 발언도 이어갔다.
오 시장은 “총리는 국무조정실이 있어 부처 이기주의, 부처 간 갈등·충돌이 있을 때 중간자적 입장에서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왜 이런 식으로 극한 갈등 국면에 오히려 더 화력을 보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해결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으란 요구에 대해선 평가를 받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오 시장은 “우선 국내법적으로 세계유산영향평가 대상은 아니다. 세계유산법 11조 2에 따르면 세계유산지구에서 대상사업을 하려는 자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유산지구는 세계유산구역과 완충구역이 포함된 구역”이라며 “국가유산청이 완충구역이 어디까지인지 아직 고시하지 않았다. 국가유산청이 올해 7월에 (고시)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고 뒤늦게 지난주에 세계유산지구를 지정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완충구역이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영향평가를 받으려고 해도 받을 수 없단 것이다.
오 시장은 “법적으로 평가받게 된 구역도 아닌 데다가 주민들에게 받으라 강요할 수도 없다. 강요할 수 있다고 해도 주민협의체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신청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유산청과의 협의도 의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가유산청이 되레 2017년 ’종묘 주변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 내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기준 변경 고시’를 하면서 ‘세운지구는 유산청의 별도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문구’를 삭제했다고도 지적했다.
사업 지연에 따른 주민 피해도 크다고 우려했다.
통상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는 데 2~3년이 소요되는데, 평가에 오랜 기간이 걸리면 사업이 좌초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현재 금융 이자만도 연 170억원에 육박하며, 만약 평가에 3년이 걸린다면 주민들은 약 500억원대 빚을 떠안게 된다고 주장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