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베네수엘라 지상 작전 가능성에 “배제 안 해…대화는 할 수 있다”

입력 2025-11-18 09:24 수정 2025-11-18 09: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작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두로 정권에 대한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꺼내면서 압박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태스크포스와 진행한 행사에서 미군을 베네수엘라에 배치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아무것도 배제하지 않는다. 우리는 베네수엘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마두로 대통령과의 대화 가능성을 묻자 “나는 아마도 그와 대화할 것이다. 나는 모든 이와 대화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어느 시점에 나는 그와 대화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트럼프는 이어 “그들(베네수엘라)은 감옥에서 수십만 명을 우리나라로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마두로)는 우리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마약 문제가 주된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 어떤 국가보다 우리나라로 (베네수엘라) 죄수들의 유입은 재앙이었다”며 “그래서 어떻게 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베네수엘라 영토에 대한 어떤 형태의 공격도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 내세운 ‘새로운 분쟁을 피하겠다’는 약속을 뒤엎는 일이 될 뿐 아니라 미국과 중남미 국가들 간의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날 세계 최강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함을 주력으로 하는 항모 전단을 베네수엘라 북쪽 연안인 카리브해에 배치하며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현재 카리브해에는 해군 전함 12척, 특수작전함 1척, 핵 추진 공격 잠수함 등이 배치되면서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전력이 집중돼 있다.

미 국무부는 또 베네수엘라 기반 국제 범죄조직인 ‘카르텔 데 로스 솔레스’를 외국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하는 것을 예고하고 해당 조직의 수장으로 마두로 대통령과 측근들을 지목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표면적으로는 마약 단속을 내세우지만 결국 마두로 정권의 축출을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마약 카르텔이 활동하는 다른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에 대한 군사 공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콜롬비아에는 코카인 제조 공장이 있다. 내가 그 공장을 파괴할 것이냐고? 나는 개인적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또 마약 유입을 막기 위해 멕시코에서 공격을 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콜롬비아, 멕시코와는 불법 마약 거래 차단을 위해 협력해왔다. 다만 최근 들어 트럼프 행정부가 라틴 아메리카 해역에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공습하면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국가들과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의 해상 선박 공격이 계속되자 미국과의 정보 공유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