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최근 공개한 인공지능(AI)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 ‘하이러닝’ 홍보영상이 ‘교사를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사를 AI에 비해 자질이 부족하고, AI에 의존하는 존재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교원단체까지 나서서 반발하자 경기교육청은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사과했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경기교육청은 최근 유튜브 채널에 AI 국어 서·논술형 평가시스템이 교사의 채점을 돕는 내용의 2분8초짜리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는 ‘하이러닝 AI’라고 적힌 머리띠를 한 인물이 교사를 도와 학생 질문에 답하는 장면이 담겼다. 하이러닝은 학생 답안을 AI가 채점하는 시스템이다.
영상을 살펴보면 교사는 학생 질문에 당황한 듯 버벅거리고, AI로 분장한 인물은 막힘없이 설명한다. 윤동주의 시를 다룬 시험 문제에 대해 학생이 질문하자 교사는 AI를 쳐다봤고, AI가 대신 답을 했다. 교사는 “AI가 채점을 도와준 거니까 너희들 할 말 없지”라고 말한다.
AI가 교사의 행동을 분석해 설명하는 장면도 도마에 올랐다. 교사가 학생들을 격려하자 AI는 “빈말입니다. 동공이 흔들리고 음성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라고 해석했다. 또 ‘쉬는 시간에 회의가 있으니 궁금한 점이 있다면 점심 이후 찾아오라’는 교사의 말에도 “거짓말입니다. 평소 이 시간에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시간입니다”라고 했다.
교원단체들은 이 영상이 교사를 ‘AI 부속품’처럼 묘사하고, 학생 격려 등 교사의 교육 활동을 희화화했다고 지적했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은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을 우스꽝스럽게 왜곡해 표현하고 교육 활동을 폄훼했다”며 “AI 기술을 강조한다는 명분 아래 교사를 무능하거나 무책임한 존재로 그렸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도 “교사를 AI의 부속품처럼 묘사하고 교사와 교육의 본질을 왜곡했으며 경시하는 태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고, 경기교사노동조합은 “단순한 연출 과잉을 넘어 현장 교사를 모독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경기교육청은 “영상의 본래 의도는 교사의 업무 부담을 덜고 교육 현장을 지원하기 위함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취지와 달리 오해를 불어온 장면이 있어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영상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교사들께 깊이 사과드리고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여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