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자본 없이 다세대주택 9채를 짓고 전세보증금을 ‘돌려막기’ 방식으로 편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는 325명, 피해액은 354억원에 달했다. 경찰은 주범 A씨(30대)를 구속했다.
부산경찰청은 17일 전세사기 조직 총책 A씨를 사기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하고, 건물관리인·명의대여자·공인중개사 등 공범 2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8년부터 올해 2월까지 타인 자금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담보대출을 반복해 다세대주택 9채를 신축한 뒤 새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기존 대출과 보증금을 갚는 방식으로 임대사업을 지속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 취득비용 651억원 중 508억원이 금융기관 대출이었고, 담보대출과 보증금을 합치면 건물 시세를 넘어서는 ‘깡통주택’ 구조였다. 그럼에도 조직은 신규 전세보증금으로 기존 채무를 상환하는 방식으로 임대사업을 계속했고, 결국 325명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이들 중 152가구, 180억원의 보증채무를 변제했다.
피해자 B씨는 2022년 부산진구의 한 주상복합에 보증금 1억5000만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공인중개사는 “건물이 120억원 정도여서 안전하다”고 설명했지만, B씨가 입주한 뒤 건물은 임의경매 절차가 진행됐고 근저당권 75억 이 설정된 사실이 드러났다.
전세보증금 반환을 요구하자 A씨는 “건물을 매도 중이며 자금이 묶여 있어 돌려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B씨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건물 관리인·명의대여자 등은 세입자에게 “근저당이 건물가의 10% 수준”이라며 안전성을 속였고 일부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15명은 근저당 내역·보증보험 가입 여부 등 거래상 중요 사항을 허위 안내했다.
A씨는 보증금 일부로 대출 상환에 60억원을 사용했고, 108억원은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HUG의 구상권 청구에 응할 의사가 처음부터 없었다고 판단해 HUG에 대해서도 별도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전체 피해액이 50억원을 넘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경찰은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전세보증보험 가입, ▲실거래가 비교, ▲HUG 안심전세 앱을 통한 악성 임대인·세금 체납 여부 확인을 당부했다.
부산경찰청은 “서민 주거를 위협하는 악성 전세사기에 대한 강력 단속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