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유혈진압 후 도피’ 방글라 전 총리에 사형선고

입력 2025-11-17 20:52
지난해 4월 26일 태국 수도 방콕 정부 청사를 찾은 셰이크 하시나 당시 방글라데시 총리가 태국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총리가 반정부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을 지시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BBC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다카 법원은 17일 하시나 전 총리에게 적용된 살해 지시와 유혈 진압 조장, 잔혹 행위 방치의 3가지 혐의에 대해 “반인도적 범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충족됐다”며 “우리는 그에게 단 하나의 형량, 즉 사형을 선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시나 전 총리는 지난해 반정부 시위로 도피한 인도에서 현재까지 머물고 있다. 이날 재판은 그의 궐석 재판으로 진행됐다. 그는 다카 법원의 사형 선고 직후 발표한 5쪽 분량의 성명에서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편향적이고 정치적 동기에 의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하시나 전 총리는 지난해 7월 독립 유공자 후손에 대한 공직 할당에 반발한 대학생 시위를 무력 진압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유엔은 최소 14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자 하시나 전 총리는 지난해 8월 인도로 달아났다. 이후 집단살해 방지 실패 및 조장 등 5개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하시나 전 총리에 대해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방글라데시 과도정부가 하시나 전 총리를 자국으로 송환하도록 인도 정부에 요구할 근거가 될 수 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한 상태다. 다만 지난해 인도 정부는 방글라데시 과도정부의 하시나 전 총리 송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하시나 전 총리는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지만, 현행 과도정부 체제에선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아들인 사지브 와제드는 전날 로이터통신에 “아와미연맹 참여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는 상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와미연맹은 하시나 전 총리 집권 시절 여당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