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가 연출가 4명과 낭독공연 여는 이유는?

입력 2025-11-18 05:00
LG아트센터의 ‘리딩 스튜디오: 연출가 edition’에 참여하는 김연민(왼쪽부터), 부새롬, 이준우, 김정. (c)LG아트센터

LG아트센터의 2025년 라인업은 지난 14~16일 알렉산더 에크만 안무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해머’와 함께 끝났다. 그런데, LG아트센터가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네 명의 연출가와 함께 낭독공연 형식으로 선보이는 ‘리딩 스튜디오: 연출가 에디션’ 개최를 새롭게 알렸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준우, 부새롬, 김정, 김연민 등 네 명은 현재 국내 연극계에서 주목받는 연출가로 손꼽힌다.

‘리딩 스튜디오: 연출가 에디션’은 고대 그리스 비극부터 일본, 영국의 현대 극작가 작품까지 국가와 시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희곡들로 구성된다. LG아트센터는 “이번 프로그램은 연출가들이 각자 전하고 싶은 이야기의 세계를 관객들과 함께 상상하고 확장해 나가는 특별한 시간”이라며 “단순히 완성된 공연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공연 창작의 출발점과 텍스트의 다양한 결을 함께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첫 무대는 대표작 ‘붉은 낙엽’으로 제14회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을 받은 이준우가 연다. 그가 택한 작품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추리소설 작가 고 가쓰히로(재일교포 오승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하얀 충동’(각색 황정은)이다. 남들에게는 말 못 할 인간 내면의 강렬한 충동과 도덕적 갈등을 긴장감 높은 연출로 풀어낸다.

이어 부새롬이 고대 그리스 비극의 대표작인 ‘오이디푸스’를 현대적 감각으로 선보인다. 부새롬이 소포클레스의 원작을 직접 각색했다. 인간 존재의 한계를 처절하게 드러내는 원작의 주제의식에서 벗어나 한 편의 이야기를 온전히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7인의 배우가 연기할 밀도 높은 텍스트와 감정의 흐름이 주목된다.

세 번째 무대는 김정의 ‘또 여기인가’다. 76회 칸영화제에서 영화 ‘괴물’로 각본상을 받은 일본 작가 사카모토 유지의 희곡이다. 주로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동하는 사카모토가 예외적으로 발표한 작품이다. 반복되는 일상의 굴레 속 유쾌하면서도 쓸쓸한 인물들의 감정선을 담아낸다.

마지막 무대는 김연민이 맡는다. 그가 고른 작품은 영국 현대 연극의 거장 톰 스토파드의 ‘레오폴트슈타트’다. 제목인 레오폴트슈타트는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지역 이름으로, 희곡은 1899년부터 1955년까지 한 가족의 연대기를 그린다. 스토파드가 자신의 유대인 혈통사를 바탕으로 쓴 가장 개인적인 희곡이다.

LG아트센터가 낭독공연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12년 고선웅 작연출 ‘리어외전’과 2014년 입센 작, 김광보 연출의 ‘사회의 기둥들’ 본공연에 앞서 홍보마케팅과 연계한 낭독회를 연 게 전부다. 이번 프로그램은 마곡으로 이전한 후 자체 제작 및 공동 제작을 확대하며 제작극장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LG아트센터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LG아트센터 관계자는 “제작극장으로서 낭독회, 쇼케이스, 소극장, 대극장 공연 등 여러 단계를 밟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앞으로 협력해야 할 국내 연출가들과의 접촉면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