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김정석 목사)가 17일 서울 동대문구 무학로에서 ‘스크랜턴 기념관 및 기념교회’ 기공예식을 열었다. 기념관은 한국 감리교 선교의 출발점이었던 윌리엄 스크랜턴(1856~1922)과 그의 어머니 메리 스크랜턴(1832~1909) 선교사의 사역을 기리고, 다음세대를 위한 선교 거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건립 부지에서 진행된 행사에는 스크랜턴 모자가 설립한 상동·아현·동대문교회 목회자들과 교단 관계자들이 참석해 첫 삽을 떴다. 김성복 서울연회 감독은 이번 사업을 “단순한 시설 신축이 아니라 감리교의 신앙 유산을 세대 간에 잇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설교를 전한 김정석 감독회장은 동대문 일대가 한국 감리교 초기 선교의 핵심 사역지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 지역이 해방 이후 청계천 주변 이주민과 봉제 노동자들이 모여 살았던 ‘고단한 생활공간’이었다고 상기시키며, 공공사업 과정에서 사라졌던 동대문교회가 감리교 내부에서도 오랫동안 잊혀 왔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회장은 “오랜 시간이 지나 기억에서도 희미해졌던 교회의 흔적을 다시 세우는 일은, 하나님이 행하신 일을 후대에 전하는 교회의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편 78편을 인용하며 교회가 감당해야 할 두 가지 사명을 짚었다. 첫째는 “하나님이 행하신 일을 기억하고 전하는 공동체로 서는 일”, 둘째는 “미래 세대가 하나님이 행하실 일을 바라보고 이어가도록 돕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스크랜턴 기념교회가 가장 절망했던 시대에 빛을 비췄던 역사처럼, 오늘 한국 사회에서도 복음의 빛을 다시 밝히는 전초기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연합감리교회(UMC) 오하이오연회 정희수 감독 일행도 참여해 축사를 전했다. 정 감독은 “140여 년 전 오하이오연회가 메리·윌리엄 스크랜턴을 위해 기도하고 파송했던 작은 씨앗이 오늘 한국 감리교회의 놀라운 부흥으로 자라났다”며 “이 이야기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믿음의 용기가 어떤 기적을 만들어 내는지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공예식을 “역사를 복원하는 일을 넘어, 그리스도 안에서 맺어진 거룩한 우정을 새롭게 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정 감독은 동대문교회의 옛 이름인 ‘보구여관’을 언급하며 “이곳은 볼드윈 여사가 터전을 닦았고, 한국교회에서 남녀가 처음 함께 예배를 드린 장소로 기록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크랜턴 기념센터와 기념교회가 사랑 안에는 어떤 벽도 없다는 진리를 드러내며, 민족의 화해와 평화, 세계교회를 품는 선교의 전초기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