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위탁보호사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참여가 저조한 상황에서 교회가 새로운 돌봄 주체로 나설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서울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는 최근 국제구호단체 희망친구 기아대책(회장 최창남)과 ‘온마을 프로젝트’ 협약을 맺고 보호대상아동·위탁가정·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빈곤 학대 방임 등의 이유로 가정에서 분리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위탁가정에서 돌보며 정기모임을 운영하고 가정 체험 행사를 하는 등의 협력은 지역 교회가 공적 보호 체계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교회가 나설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가정위탁보호사업에 대한 국민 인식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아이들이 시설보다는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위탁가정을 우선 배치하고 있지만 제도 시행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가정위탁보호사업을 잘 알고 있다는 사람은 10명 가운데 1명 정도다. 가정위탁은 원가정 양육이 어려운 아동을 일정 기간 위탁가정에 맡겨 보호하는 제도다. 입양과 달리 친부모 복귀를 목표로 한 임시 보호의 성격을 지닌다.
한국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가정위탁보호사업에 관한 인식’에 따르면 가정위탁 관심도를 묻는 말에 응답자 14%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들어본 적은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와 ‘잘 모른다’는 각각 61%와 25%로 조사됐다. 이번 결과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웹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이다.
2015년 1만706세대였던 위탁가정은 2023년 7703세대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보호아동 수도 1만3728명에서 9477명으로 감소했다. 한 가정이 평균 1.2명의 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셈이다. 보호대상아동 발생 건수는 2023년 2796건을 기록했다. 매년 위탁가정의 세대수보다 위탁아동 숫자가 꾸준히 높아 위탁가정 연결마저 배제되는 구조적 공백이 커지고 있다.
위탁가정 참여 의향은 23%로 조사됐다. 참여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77%였다. 가정위탁보호사업 참여 의향이 없는 766명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가장 높은 응답은 ‘현재 나이가 많아 자녀를 양육하기 어려워서’(38%, 1+2+3순위 응답 기준)였다. ‘가정위탁보호사업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37%) ‘다른 자녀를 추가로 양육할 생각이 없어서’(24%)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위탁가정 감소와 낮은 참여 의향이 지속할 경우, 지역 공동체가 공백을 메우는 새로운 돌봄 주체로 나서야 한다”며 “생활권에서 아동과 가족을 직접 만나는 교회가 제도의 이해를 높이고 참여 기반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기아대책과 가정위탁보호사업을 포함한 포괄적 지원체계 구축 협약을 맺는 자리에서 이재훈 목사는 “가정에서 분리된 아동과 청소년에게 가정의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은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사역”이라며 “분리된 상처로 외롭게 살아가는 이들이 온전히 회복되는 길은 하나님의 자녀로 입양된 성도들의 가정과 성도들이 모인 교회 공동체 안에 있다”고 말했다.
주상락 미국 바키대학원대 교수는 교회의 가정위탁보호사업 참여를 ‘시대적·성경적·선교적 과제’라고 지칭했다. 주 교수는 17일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은 가정위탁 보호율이 70%를 넘고 보육원이 거의 없다”며 “가정이 아동을 돌보는 사회 시스템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회가 정책적 협력자로 나서야 사회가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인식이 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가정위탁보호사업은 저출생 위기 속 출산과 양육 부담을 사회가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며, 이는 교회의 공공성과 맞닿아 있다”며 “가정이 무너졌을 때 친족이 책임을 지던 구약의 원리처럼, 교회가 현대사회에서 어려운 가정을 돌보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위탁가정 돌봄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다음세대를 살리는 선교의 시작점”이라며 “교회가 이를 통해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헌일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장은 가정위탁보호사업이 교회와 지역사회의 협력을 통해 확장될 수 있는 대표적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장 원장은 “가정위탁은 국가와 지자체만으로는 인력풀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교회가 가진 공동체적 신뢰 자원과 돌봄 인프라를 활용하면 위탁가정 모집과 정서 지원, 물품 후원 등에서 실질적인 보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올해 1월 개정된 건축법 시행규칙을 언급하며 “종교시설이 평일에는 돌봄·교육 공간으로, 주말에는 예배당으로 복수 용도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교회의 돌봄 참여가 훨씬 용이해졌다”고 평가했다.
앞서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은 지난 4월 아동권리보장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교계가 보호대상아동의 ‘가정형 보호’ 확대에 참여할 수 있는 정책 모델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장 원장은 “가정위탁은 단순히 아이를 맡아주는 일이 아니라,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지역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문화를 만드는 노력”이라며 “2026년 시행될 돌봄통합지원법과 맞물려 교회가 지역 기반 돌봄의 중심축이 된다면 공공성 회복과 신뢰 회복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