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가 기술·금융 허브로 떠오르면서 초부유층(Ultra rich)의 생활상을 엿보는 창이 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동북부와 유럽, 남미의 부유한 엘리트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기술과 금융 분야를 성장시킨 마이애미에 몰려들었다.
WSJ은 “초부유층은 마이애미에서 줄을 서거나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공항에서 인파에 휩쓸리는 식의 일상 속 불편에 구애받지 않고 특별한 공간을 누비고 있다”고 전했다.
소득세와 상속세가 없는 플로리다주 안에서 기후가 온화하고 대도시 인프라를 갖춘 마이애미는 선진국에서는 물론 신흥국에서도 부호에게 오랫동안 선호된 도시다.
지난 4일 뉴욕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조란 맘다니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 이후 억만장자 추가 과세 방안을 예고한 가운데 월가 부호들이 마이애미로 주거지 이전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계 부동산 재벌 마수드 쇼자이 부부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출장을 마치고 거주지인 마이애미에 도착한 전용 제트기에서 내리자마자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에 올라타 호텔로 향했다.
쇼자이 부부 같은 로열 스위트룸 고객은 호텔에서 별도의 출입로를 이용할 수 있어 대기할 필요가 없다. 쇼자이 부부가 차에서 내려 객실과 연결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호텔 직원은 객실 전담 집사를 소개하며 체크인 절차를 밟았다.
쇼자이 부부는 저녁을 먹기 위해 찾아간 마이애미비치 고급 식당 ‘밀라 레스토랑’에서 회원용 특실로 안내를 받았고, 자신들의 이름이 새겨진 식기에 차려진 음식을 먹었다.
쇼자이는 WSJ에 “지금의 럭셔리가 정의하는 것은 시간을 절약해 효율성을 높이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초부유층은 마이애미에서 타인과의 접촉도 피할 수 있다. 마이애미 서니아일스비치에 건설 중인 초고급 아파트 ‘벤틀리 레지던스 콘도타워’에는 각 호마다 자동차 전용 주차장이 있다.
입주자는 차량용 엘리베이터로 현관까지 이동해 이웃과 마주칠 일이 없다. 집에는 넓은 테라스에는 전용 수영장도 있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최저 600만 달러(약 87억원)다.
차량용 엘리베이터 특허를 보유한 이스라엘계 재벌 길 데저는 WSJ에 “궁극의 럭셔리는 프라이버시(사생활)”라고 말했다.
WSJ은 “마이애미가 초부유층에게 고급 레스토랑과 회원 전용 클럽, 리조트 등으로 고급스러운 맞춤형 경험을 제공한다”며 “이곳의 초부유층은 사생활 보호라는 비슷한 경향을 가진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 내 상위 0.1% 가구의 올해 2분기 순자산 총액은 23조3000억 달러(약 3경4030조원)로 10년 전 10조7000억 달러(약 1경5630조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