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교통사고를 낸 사실을 숨기곤 자신이 운전했다며 허위 진술해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된 30대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허위 진술로 수사기관을 착오에 빠트려 진범을 찾거나 체포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었다고까지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전지법 제2-3형사부(부장판사 김진웅)는 범인도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32)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3년 8월 8일 세종북부경찰서 교통조사팀 담당 경찰관에게 자신이 교통사고를 냈다면서 허위로 진술해 실제 사고를 낸 남자친구 B씨를 도피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같은 날 새벽 2시40분쯤 A씨 차량을 몰다가 세종시조치원읍 한 도로에서 단독 교통사고를 냈다. 사고 당시 A씨도 옆자리에 타 있었다. 두 사람은 차량이 전도됐는데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도주했다.
A씨는 사건 발생 당일 오전과 오후 경찰에 “내가 운전을 했다”며 거짓 진술했다. 그러다가 마지막 조서 열람 과정에서 자신이 아닌 B씨가 운전을 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1심은 A씨가 허위로 진술해 수사기관을 착오에 빠트리고 그 결과 B씨를 도피하게 한 점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검사는 ‘A씨 거짓말로 B씨를 검거하지 못했고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하지만 A씨가 진범을 밝히거나 그를 경찰에 출석시킬 의무가 없을 뿐만 아니라 ‘A씨가 경찰에 자진 출석한 시각을 기준으로 B씨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다면 위드마크 공식을 통해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검사 주장 역시 가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 허위 진술이 적극적이거나 세부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