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 대표, 숨진 쿠팡 기사 음주운전 의혹 제기… 경찰은 “음주 혐의점 없다”

입력 2025-11-17 16:26 수정 2025-11-17 17:04
지난 10일 숨진 제주 쿠팡 기사가 소속된 택배 영업점 대표가 최근 기자들에게 보낸 메일 일부.

새벽배송 중 교통사고로 숨진 33세 쿠팡 배송기사에 대해 고인이 일했던 택배 영업점 대표가 “과로사가 아니라 음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택배 영업점은 쿠팡의 배송 자회사인 쿠팡CLS와 배송 위탁계약을 맺은 협력업체로, 고인과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를 채용·관리해왔다.

자신을 영업점 대표라고 밝힌 A씨는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안타깝게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도 “민주노총의 악의적인 주장으로 하루 아침에 악덕 기업이 되어버려 적극적으로 해명하려 한다”고 적었다.

A씨는 “고인은 발인 이후 50시간 넘게 휴식을 취하고 출근했음에도 과로사가 되어버렸다”며 “민주노총의 마녀사냥이 계속되자 음주운전 의혹에 대한 공익 제보가 영업점에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A씨 이어 “고인의 동료 택배기사가 ’음주운전이면 보험 처리가 안 되니 졸음 운전으로 해야 한다’며 사건 조작을 시도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택배기사로부터 ‘음주 수치가 나오면 안 되는데’라고 걱정하는 말을 들었다는 제보도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A씨는 “사고 원인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산재 신청을 도울 계획이지만, 민주노총의 사실 왜곡으로 유가족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악의적인 마녀 사냥을 중단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는 17일 성명을 내고 “사고 당시 경찰은 차량 내부의 미량의 알코올 성분까지 감지 가능한 장비를 통해 음주 여부를 확인했고, 음주운전이 아니라고 밝혔다”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쿠팡 영업점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경찰 관계자는 앞서 “사고 당시 음주 여부를 확인했으나 음주 사실이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인은 지난 5~7일 아버지 장례식을 마치고 하루 쉰 뒤 9일 새벽배송에 나갔다가 10일 새벽 2시쯤 전신주를 들이받고 숨졌다.

유가족과 민노총 전국택배노조 제주지부에 따르면 고인은 생전 주 6일 하루 11시간30분씩 야간 근무를 해왔으며, 이는 ‘법적 과로사’ 기준으로 주 83.4시간에 달한다. 고인의 근무 시간은 지난해 5월 쿠팡 새벽배송 중 과로사한 정슬기 씨보다 주당 약 10시간 많은 수준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