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스트 연구진, 시냅스 연결 조절 단백질 규명

입력 2025-11-17 14:55
디지스트 캠퍼스 전경. 디지스트 제공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디지스트)은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단(센터장 고재원 교수)이 뇌 속 신경세포 간의 정교한 신호전달과 기억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 ‘카스킨2(CASKIN2)’의 기능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시냅스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알츠하이머병,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다양한 뇌질환의 원인 규명과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과학적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의 뇌는 수천억 개의 신경세포(뉴런)가 ‘시냅스’라고 불리는 특수한 연결 구조를 통해 소통하며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을 저장한다. 이 과정에서 시냅스의 신호를 보내는 쪽(시냅스 전 말단)과 신호를 받는 쪽(시냅스 후 말단)이 나노미터 수준에서 정교하게 정렬돼야 정확한 신호전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정렬이 어떤 분자적 메커니즘을 통해 조절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시냅스 전 말단에 위치한 ‘카스킨2 단백질’이 흥분성 시냅스의 기능과 강도를 조절하는 핵심 인자임을 확인했다. 특히 구조가 매우 유사한 ‘카스킨1 단백질’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반면 카스킨2는 신호전달 과정에서 고유하고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수행함을 밝혀냈다.
(왼쪽부터)디지스트 고재원 교수, 장규빈 연구원, 충남대학교 한경아 교수. 디지스트 제공


이번 연구의 핵심은 카스킨2 단백질이 신호를 보내는 신경세포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신호를 받는 세포의 기능까지 직접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점이다. 즉 카스킨2는 시냅스 사이의 공간을 가로질러 두 세포 간 소통 전체를 조율하는 지휘자(마에스트로)의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이 과정이 ‘PTPσ’라는 또 다른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PTPσ가 카스킨2의 특정 부위를 탈인산화(화학적으로 스위치를 켜는 과정)하면 카스킨2가 시냅스 전 말단의 세포 골격 구조를 재배열해 신호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게 만든다. 이 결과 신호를 받는 시냅스 후 말단의 신호 수용체(NMDA 수용체) 기능이 강화돼 신경세포 간 정보 전달이 원활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러한 단백질 간 상호작용이 실제 학습과 기억 형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생쥐 모델 실험으로 입증했다.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 신경회로에서 카스킨2 또는 PTPσ의 기능을 제거한 생쥐는 새로운 장소를 기억하는 ‘공간 인지 기억’ 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자 수준의 단백질 기능이 고등 인지 기능인 학습과 기억의 토대가 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는 결과다.

고재원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신호를 보내는 세포의 카스킨2가 PTPσ 단백질과 상호작용해 신호를 받는 세포의 기능까지 조절하고 나아가 이러한 작용이 기억 형성 과정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며 “이는 신경세포 간 소통이 어떻게 정밀하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로 카스킨2-PTPσ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새로운 뇌질환 치료제 개발의 과학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디지스트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단(센터장 고재원) 소속 장규빈 연구원(디지스트 뇌과학과 석사졸업)이 공동제1저자로,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한경아 교수(전 디지스트 뇌과학과 연구교수)가 공동제1저자이자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전문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난 12일자 온라인 게재됐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리더연구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