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광화문 ‘감사의 정원’ 사업에 대해 김민석 국무총리가 법적·절차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겠다며 제동을 걸었다. 김 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 버스, 종묘 앞 재개발 등을 두고 연일 충돌 중이다.
김 총리는 17일 공사 현장을 둘러본 후 “이런 문제는 국가 대계 차원에서 멀리 보고 국민의 뜻을 충분히 반영하고 여쭤보면서 합리적으로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희로선 오늘 시민단체나 (다른 분들로부터) 이런 말씀을 들었기에 행정적으로 절차적으로 법적으로 살펴볼 바가 없는지 챙겨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김 총리는 이후 행정안전부에 사업의 법적·절차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김 총리는 “세종대왕과 이순신을 모신 공간에 ‘받들어 총’ (형태의) 석재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국민께서 이해하실지 의문”이라며 “외국에서 돌을 받는다는 전제하에서 (사업을) 하는데 확약이 안 돼 있는 상태라고도 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사업을) 서두를 필요가 있는가, (사업) 취지는 이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총리는 공사 현장으로 이동하던 중 가림막 등을 보며 “국가 상징 공간이 아니라 국가 상징을 이상하게 만든 (것)”이라며 “진짜 이상하다”고 하기도 했다.
감사의 정원은 서울시가 6·25 참전국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아 조성 중인 공간이다. 오 시장은 이 공간을 “한미 동맹의 상징공간”으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는 “광장을 사유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김 총리와 함께 현장을 찾은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과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 등은 “(이 공간에) 외국 군대의 상징이 있는 것은 유래를 찾을 수 없다” “독립운동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김 총리와 오 시장은 최근 한강 버스, 종묘 앞 재개발 등 현안을 두고 연일 논쟁을 벌이고 있다. 김 총리는 전날 강바닥에 멈춰 사고가 발생한 한강 버스의 안정성에 의문을 표하며 “서울시는 행정안전부와 협조해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한강 버스 선박, 선착장, 운항 노선의 안전성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김 총리는 지난 10일 종묘를 둘러본 후 “(앞쪽으로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바로 턱하고 숨이 막히겠다. 문화와 경제, 미래 모두를 망칠 수 있는 결정을 해선 안 된다”며 서울시의 재개발 계획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