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힘 윤리위원장 “사퇴하라니 떠난다…내로남불 아닌가”

입력 2025-11-17 14:09 수정 2025-11-17 14:18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회의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상원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17일 당 윤리위원장 교체 소식이 알려진 것과 관련해 “사퇴하라는 대로 사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 위원장 본인이 먼저 당 지도부에 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다. 그는 자신에 대한 사퇴 압박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의 사법부 압박 행태와 비교하며 “민주당의 그런 모습을 공격하면서 우리 당이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선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여 위원장은 17일 국민일보 통화에서 ‘당 지도부에서 사퇴 요청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지도부에서 받은 것은 없다. 다른 통로를 통해 (사퇴 요청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무슨 좋은 자리인가, 욕만 먹는 자리”라며 “굳이 위원장직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권영세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임명된 여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다만 그는 당 안팎에서 가해진 사퇴 압박 여론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했다. 법관 출신인 여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을 비판하고 있지 않느냐”며 “그런 기조에 비춰보면 당 윤리위원회가 지도부의 뜻과 맞지 않는다고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내로남불’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여 위원장은 또 “윤리위는 말하자면 당내에서 법원 역할을 하는 조직”이라며 “‘마음에 안 드니 그만두라’ 하는 것은 민주주의나 권력분립을 떠나 우리가 민주당을 공격하면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여 위원장은 당내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회부된 친한(친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지난 3일 징계 대신 주의 조치를 내린 이후,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 지도부 관계자는 “대표나 지도부에서 그런(사퇴) 이야기를 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곧장 새 윤리위원장을 임명한다는 방침이다. 당내에선 원외 친한계를 정리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