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라는데… “경차가 안 보인다” 올해 판매량 역대 최저

입력 2025-11-16 17:36

올해 경차 판매량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10만대선이 무너진 지난해보다도 30% 가까이 줄었다. 완성차업계가 미국 관세 등으로 영업이익률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마진이 크지 않은 경차의 신차 출시에 미온적인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6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내 경차 판매량은 6만968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8만3883)보다 27.3% 급감했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올해 경차 판매량은 7만대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업체(현대자동차·기아·르노코리아·KG모빌리티·한국GM)는 2022년 13만3023대, 2023년 12만3679대의 경차를 팔았었다. 그러다 지난해 9만8743대로 10만대선이 무너졌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으면 경차가 잘 팔리는 경향이 있는데 올핸 어느 때보다 경기 불확실성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경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더 저조하다”고 말했다.

유럽이나 일본과는 달리 한국 소비자는 여전히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렇다 보니 한국에서는 국산 경차 자체가 많지 않은 편이다. 현대차 캐스퍼, 기아 레이, 레이EV, 모닝이 전부다. 주요 경차 모델 중 하나였던 쉐보레 스파크마저 지난해 판매가 중단됐다. 최근 완성차업계에선 경차 신차 출시를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른 차급에 비해 대당 마진이 적기 때문이다.

2022년과 2023년은 캐스퍼와 레이가 경차 시장을 견인했었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이렇다 할 신차가 없었다. 신차 효과가 사라지면서 경차 시장은 더 쪼그라들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 등 영향으로 요즘 완성차업계는 영업이익률이 중요해졌다”며 “마진이 적은 경차는 당분간 신차가 출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경차 수요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중고차로 넘어가고 있어 당분간 국내 경차 시장의 부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고차 시장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올해 1~9월 누적 중고차 판매량 ‘톱5’ 가운데 3대가 경차다. 모닝(기아) 1위, 스파크(쉐보레) 2위, 레이(기아)가 4위를 차지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 수요가 높은 건 경기침체로 인해 가성비 중심 소비가 몰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경차는 유지비가 저렴하고 세금 혜택도 갖추고 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이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