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한복판 ‘미셔널 실험’…예배 경계를 확장하다

입력 2025-11-16 16:41 수정 2025-11-17 08:41
팝업스토어 참가자가 16일 서울 성동구 '더 데저트게임, 오아시스로 가는 길'을 주제로 진행된 체험행사에서 생존물품이 그려진 자석을 화이트보드에 붙이고 있다.

서울 성수역 3번 출구에서 10분을 걸어가면 인기 브랜드와 대기업들의 팝업 스토어가 즐비한 연무장길이 나온다. 젊은 세대가 몰리는 이 문화공간 한복판에 16일 복음을 전하려는 이색 체험이 펼쳐졌다. 선교단체 로드마스터(대표 홍재훈 선교사)가 마련한 팝업스토어 ‘더 데저트 게임(The Desert Game), 오아시스로 가는 길’이다. 교회로 ‘오라’ 부르기보단 다음세대가 있는 세상으로 보냄 받은 선택이었다.

“사막횡단게임 하고 가세요. 오아시스에 도착하시면 생명수를 드립니다.” 봉사자들의 초대로 공간 안에 들어가자 참가자들에게 오아시스로 가는 비행기티켓과 여권이 나눠졌다. 기자도 이들에게 받은 여권 뒤 ‘사막횡단 체험 참가 동의서’에 이름을 적었다. 체험은 ‘입성준비’와 ‘방향설정’ ‘시세읽기’ ‘달빛사막’ ‘오아시스’까지 다섯 단계로 구성됐다.

첫 단계 입성준비에서는 휴대폰 모자 호루라기 구급상자 침낭 물 등 다섯 가지 생존물품을 고르게 했다. 어떤 상황에 놓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생존물품을 고민하는 긴 시간은 무용해보였다.

로드마스터 팝업스토어 참가자들이 16일 서울 성동구에서 진행된 사막횡단게임의 '방향설정' 단계에 참여하고 있다.

다음 단계인 방향설정 방으로 가자 각기 다른 동물이 그려진 ‘3X3’의 거대한 판이 바닥에 붙어 있었다. 한 조로 묶인 이들 중 한 명이 ‘인간 말’이 돼 움직였고 사회자가 전하는 단서를 통해 탈출구를 찾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낙타(그려진 말판)로 가자.” “위로 움직이는 게 맞다.” 참가자들은 사회자에게 탈출을 위한 정보를 얻었지만 다수가 선택한 답을, 목소리가 큰 이들의 선택을 따랐다. 사회자는 “사막은 다수결이 아니라 진리를 읽는 자가 길잡이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세읽기 단계에서 위기 상황 속에서 적절한 생존 행동을 선택했다. 두 눈을 가리고 상자 속 물품을 맞추는 달빛사막 단계까지 마치자 “오아시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생명수라고 이름 붙인 음료를 얻었다.

오아시스 단계에 이르자 ‘나는 지금 모든 것을 아는 마스터에게 000을 묻고 싶다’라는 화면이 벽면 한 쪽에 띄워졌다. ‘행복해지는 법’ ‘생강차 만드는 법’ ‘짝사랑에게 고백하는 법’ 등 가벼운 질문부터 철학적 물음까지 다양했다.

봉사자 반창환(34)씨는 “누구나 사막 같은 인생길을 걷지만 길을 내시는 분은 하나님”이라며 “하나님의 말씀을 인생 나침반으로 삼아 어려움이 있을 때 지혜를 구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봉사자가 16일 서울 성동구에서 팝업스토어 참여자들에게 “사막 같은 인생길, 길을 내시는 분은 하나님”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10대 자녀들과 함께 참여한 김규리(44)씨는 “교회를 다니지 않지만 삶의 어려움 앞에서 무엇을 의지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를 출석하고 있는 권지효(15)양은 “방향을 알아야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 길을 하나님께 여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로드마스터는 한국해외선교회 개척선교회(GMP) 소속인 홍재훈 선교사가 2012년 사랑의교회 파송을 받아 중동 일대에서 사역하며 만든 선교단체다. 홍 선교사는 “문화선교 팝업스토어 목적은 하나님이 일하시도록 문을 여는 역할”이라며 “기독교를 무겁게 느끼는 다음세대에게도 신앙이 새롭고 트렌디하게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글·사진=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