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게 들어가야 하는데 또 선을 넘었네.”
“좀 쉬엄쉬엄하지, 그렇게 세게 친다고 좋은 게 아니야.”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 인근에 마련된 코트. 총 18명이 활동하는 월드프리테니스 클럽 회원들이 모여 정기 리그전을 치르고 있었다. 10년째 운영 중인 이 클럽은 60~70대 시니어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에 만나 3시간씩 프리테니스를 즐긴다.
경기 순서를 짜 놓은 회원들은 두 개의 코트에서 파트너를 차례로 바꿔 가며 경기를 이어갔다. 강력한 서브가 들어갈 때면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종종 공을 놓치는 실수가 나와도 웃음꽃이 피어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임현서(64)씨는 첫 경기를 마치자 “언니, 우리가 이겼다”며 기뻐했다. 그는 입문 3년 차다. 올림픽공원에 산책을 나왔다가 우연히 회원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클럽에 가입했다.
임씨는 “테니스, 배드민턴, 수영, 골프를 다 해 봤다. 골프는 비용이 부담됐고, 테니스는 활동 반경이 넓어 나이가 들수록 힘들었다”며 “프리테니스는 비교적 움직임이 적으면서도 다이내믹한 운동”이라고 말했다. 단체 운동이어서 유대감을 쌓고, 정서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프리테니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항공모함에서 즐기던 운동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규칙은 테니스와 흡사한데, 23~24g 사이의 가볍고 말랑말랑한 고무공을 사용한다. 라켓은 탁구채와 닮았지만 37㎝ 정도로 크기가 큰 편이다. 테니스 코트 넓이의 10분의 1 공간에서 중간에 네트를 두고 경기한다. 복식 기준 가로 7m×세로 4m(단식은 3m) 코트를 쓴다.
테니스의 발리와 슬라이스, 배드민턴의 풋워크와 네트플레이, 탁구의 스핀 등 여러 종목 기술이 결합된 것도 특징이다. 서브는 허리 높이에서 공을 자연스럽게 떨어뜨린 뒤 튀어 오른 공을 라켓으로 쳐서 대각선 방향의 상대 진영으로 보낸다. 세트당 11점(또는 21점)으로 진행되며, 3세트 중 2세트를 먼저 따내면 승리한다.
최고참인 박규섭(77)씨는 프리테니스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소개했다. 박씨는 “운동에 큰 부담이 없다 보니 다들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와 코트에 모인다. 부부가 함께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코트 위에선 나이가 없다. 회원들과 함께 호흡하며 운동하는 게 노년기 인생에 큰 즐거움을 준다”며 웃어 보였다.
프리테니스는 아직 국내 생활체육에서 대중적인 종목은 아니다. 클럽 회장 배창훈(73)씨는 “일본에는 프리테니스를 즐기는 시니어들이 많다고 한다. 공과 라켓만 있으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종목이니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테니스 전용 코트가 많지 않아 아쉬운데, 앞으로 운동 공간이 더 생긴다면 실버스포츠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