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가 만들어낸 기적”…혼수상태 태국인 가족들 품으로

입력 2025-11-16 16:01
지난 15일 오후 귀국길에 오른 태국인 전남대 수강생 시리냐 씨 이송 모습. 전남대학교 제공

혼수상태에 빠진 태국인 전남대학교 수강생이 대학 봉사단체 등 국내외 여러 단체들의 도움을 통해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16일 전남대학교 등에 따르면 태국인 수강생 시리냐 씨가 전날 오후 7시 대한항공 항공편을 통해 의료진과 함께 귀국길에 올랐다.

시리냐 씨는 전남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던 중 지난 7월 숙소에서 쓰러져 경막하출혈 진단을 받고 의식이 없는 상태로 치료를 받아왔다. 지난 10월 의료진은 심각한 뇌손상으로 의식 회복이 어렵다는 소견을 전했고, 시리냐 씨 어머니는 “딸을 더는 타국의 병실에 홀로 둘 수 없다”며 고국으로의 이송을 간절히 요청했다.

하지만 미납 치료비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해외 환자 이송비까지 필요해 시리냐 씨의 귀국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봉사단체 ‘리듬오브호프’ 전남대지부 학생들은 카드뉴스·포스터·영상 등을 제작해 SNS와 포털사이트에 공유하며 대대적인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 학생들의 움직임에 전국 각지에서 성금이 이어져 900만원이 모였다. 여기에 시리냐 씨의 사연을 접한 배우 이영애씨가 1000만원을 기부하며 힘을 보탰다.

이렇게 기적적으로 모인 1900만원은 시리냐 씨의 병원비와 귀국에 필요한 이송 비용으로 사용됐다.

처음 9000만원에 달하던 이송 비용은 태국 대사관, 의료봉사단체 베트남평화의료연대, 해외 환자이송 전문업체 네오까지 협력하면서 크게 줄었다. 전용 에어앰뷸런스 대신 일반 항공기의 좌석 6개를 제거하고 의료용 침상을 설치해 의료진이 동행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학생들이 모은 성금으로 이송이 가능해졌다.

시리냐 씨의 광주에서 인천공항까지의 육로 이송을 담당한 김우현 응급구조사는 “수많은 환자를 이송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대학생들이 마음을 모아 이런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리듬오브호프 대표 이보람(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2학년) 학생은 “같은 학교 학생이기에 자연스럽게 돕고 싶었을 뿐이지만, 전국의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시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더 큰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면서 “오늘 시리냐 씨의 눈꺼풀 움직임을 보고 작은 희망도 느꼈다. 고국에서 어머니 목소리를 듣고 꼭 의식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리듬 전남대지부 학생들은 시리냐 씨의 귀국 과정과 고향에서의 모습을 담은 영상편지를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할 계획이다.

광주=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