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선교단체 WGN(이사장 임현수 목사)은 14일 서울 강남구 본부에서 일본 나가사키현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와 만나 ‘나가사키 순교지 탐방’을 위한 협력을 논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회동은 소노다 히로시 나가사키현 오무라시 시장과 지자체 공무원, 나가사키현 관광연맹 관계자 14명이 WGN과 협력 논의를 요청해 이뤄졌다. 그간 한일연합선교회란 이름으로 활동해온 WGN은 2005년 일본 나가사키 순교지를 발굴해 지금껏 국내와 해외 교포 교회를 대상으로 탐방 및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소노다 시장은 “지난 20년간 WGN이 보여준 나가사키의 기독교 유산에 관한 관심과 성원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이어 “오무라시는 일본 역사 최초의 기독교인 다이묘(영주) 오무라 스미타다가 다스린 지역으로 유명하다”며 “오무라의 열정으로 대다수 지역민이 기독교로 개종한 역사가 있다”고 전했다. 시마자키 마사히데 나가사키현 관광연맹 회장은 “내년부터 대한항공 등 항공편이 증편돼 한국 기독교인의 이동 편의가 증대됐다”며 “앞으로 더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WGN은 일본 순교지 방문 거점이자 한일 문화교류의 장을 마련키 위해 ‘WGN문화원’ 설립 협조를 요청했다. 임현수 WGN 이사장은 “앞으로 한국의 기독 청소년과 청년에게 나가사키 순교지를 적극 알릴 계획”이라며 “이들이 일본 순교지 체험과 관련 집회 및 봉사활동, 지역 주민과 문화교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데 오무라시가 협력해달라”고 말했다. 소노다 시장은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나가사키 일대 순례길 조성에 관한 협력도 논의됐다. 정재원 WGN 대표는 “‘선교사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기독교에 비우호적인 일본에서 지자체 시장과 공무원이 한국 선교단체인 WGN를 방문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오무라시와 협력해 순교지 일대 안내판에 들어갈 성경 구절이나 메시지 등을 제안하고 도보 여행길 조성에 자문하는 등의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해를 딛고 250년간 비밀리에 신앙을 유지해온 일본 기독교인의 역사가 담긴 나가사키 순교지 유적은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당시 나가사키현 관광 관계자들은 순교지 탐방을 기획하고 이끈 WGN을 찾아 “박해를 피해 숨어지낸 일본 크리스천의 흔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그 가치를 깨닫게 해준 데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