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커피 등 농산물 관세 면제…물가 상승에 다시 ‘타코’

입력 2025-11-16 09:4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물가 인상 압박에 바나나 등 일부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면서 핵심 정책인 관세에서 물러섰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이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다시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농산물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면제하면서 미국인들은 곧 일부 상품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가격 하락 폭은 생활비가 더 저렴해졌다고 느끼게 만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앞서 14일 커피와 소고기, 바나나, 파인애플 등 특정 농산물을 상호관세에서 면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관세 인하 조치 발표 후 기자들을 만나 “커피 같은 일부 식품에 대해 약간 (관세를) 되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관세가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는지 질문받자 “어떤 경우에는 그런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상당 부분은 다른 나라들이 부담해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한 원인 가운데 물가 상승이 지목되자 트럼프가 자신의 상표와 같은 관세 정책에서 일부 후퇴한 것이다.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커피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9%, 바나나 가격은 7% 상승했다.

악시오스는 “미국이 국내에서 생산하지도 못하고 생산할 수도 없는 식품에 대한 관세가 소비자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며 “이 관세는 유권자들의 트럼프 경제 정책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켰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결국 트럼프도 관세가 미국인 가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돈 베이어 하원의원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마침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의 관세가 미국 국민의 물가를 올리고 있다는 점”이라며 “최근 선거에서 참패한 백악관은 이번 관세 후퇴를 ‘가계 부담 완화로의 전환’으로 포장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이번 면제 조치는 무역업계가 ‘타코’라 부르는 현상의 일부”라며 “관세 문제에서 트럼프는 이미 여러 조치를 번복했다. 이는 행정부가 그의 상징적 경제 수단을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트럼프의 핵심 정책이 수세에 몰렸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최근 관세 정책으로 얻은 수입으로 전국민 1인당 2000 달러씩을 배당하는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연방대법원에서 관세 정책에 대한 심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대국민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가 임명한 보수 대법관들마저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권한에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하면서 관세 정책이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