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국가의무교육 불법 위탁 의혹’ 비영리 단체 수사 착수

입력 2025-11-15 05:00 수정 2025-11-15 05:00
굴착기. 건설기계안전기술연구원 블로그 캡처

건설기계 조종사들의 필수 이수 안전교육을 주관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건설기계안전기술연구원(건안연)이 정부 허가를 받지 않은 제3자에게 교육장 운영을 위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건안연은 운영권을 내준 대가로 교육료 일부를 편취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안산 단원경찰서는 건안연을 사기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사 중이다. 건설기계 조종사 안전교육장을 운영했던 A씨는 지난 8월 건안연이 안전교육을 위탁하면서 허가받지 않은 사업자가 안전교육을 진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숨겼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9월에는 건안연이 국토교통부의 전문교육기관 허가 직무 수행을 방해했다는 공무집행방해 혐의 관련 진정서가 경찰청에 접수됐다. 경찰청은 사건을 단원경찰서로 이송했다.

건설기계 조종사 안전교육은 면허 취득 후 3년이 되는 해에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미이수 시 ‘건설기계관리법’ 제31조 제1항에 따라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가 안전 정책의 일부로 간주되는 안전교육은 공적 성격이 강해 정부 허가를 받은 일부 기관만 진행할 수 있다. 건설기계관리법상 국토부가 전문교육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는 형태는 비영리 사단법인, 건설기계사업자단체, 공공기관,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이다. 영리 목적의 민간단체는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현재 건안연을 비롯해 9곳이 전문교육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건안연 대부분의 교육장 운영은 사실상 민간업자가 도맡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건안연의 전국 17개 교육장 중 본사가 있는 안산 교육장을 제외한 대부분 교육장이 제3자 위탁 형태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부터 교육장을 운영했다는 A씨는 진정서에서 “건안연이 허위 내용의 임대차계약서, 부동산 사용승낙서, 백지위임장을 요구했다”며 “교육장 운영을 중단하는 과정에서 (서류 요구가) 건안연이 적법한 지역교육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꾸미려는 조치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건안연은 운영권을 넘긴 대신 교육비 중 일부를 수수료 형태로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1인당 교육비 3만2000원을 법인 계좌로 받은 뒤 수수료를 제외한 돈을 각 교육장 운영 업체에 송금하는 식이었다. 건안연은 수강생 1인당 수수료 3000원을 부과하다 지난해부터 7000원으로 늘렸다.

건안연은 문어발식 교육장 확장으로 수익을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건안연을 통한 건설기계 조종사 안전교육 이수자 수는 2021년 8600명에 불과했지만 2023년 4만8000명으로 2년 만에 5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4만4000명을 기록했다. 건안연이 전국 각지에서 걷은 수수료 수입은 연간 수억원대로 추정된다.

전문교육기관의 비위가 발견되더라도 행정적인 제재 수단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안전교육 관련해 제재 등 명확한 관리·감독 의무 규정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건안연은 교육장 운영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는 건안연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