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도 힘들다” 미래 성장동력에서 ‘적자사업’으로…가구업계, 부동산 리스크에 휘청

입력 2025-11-16 05:01
홈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이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논현가구거리에 '한샘 플리그십 논현'을 리뉴얼 오픈하며 리브랜딩한 키친바흐 신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한때 ‘미래 먹거리’로 키웠던 가구 산업이 부동산 얼어붙기 속에 깊은 침체에 빠졌다. 건설경기 하락과 고금리 여파에 더해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겹치면서 분양·입주 흐름이 둔화됐다. 코로나19 이후 ‘리빙 열풍’을 타고 수천억 원을 투자했던 기업들은 줄줄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침대 브랜드 지누스는 올해 3분기 약 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미국 매트리스 관세 인상으로 현지 판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자 수출 물량이 급감한 영향이다. 그룹의 또 다른 가구 계열사 현대리바트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61.7% 감소한 37억원, 매출은 25% 줄어든 3407억원에 그쳤다. 올 4분기에도 매출이 7000억원선을 넘기지 못할 경우 지난해 실적(1조8707억원)에도 미달해 6년 만의 역성장이 불가피하다.

신세계그룹의 신세계까사 역시 부동산 시장 위축과 환율 상승에 발목이 잡혀 3분기 적자를 냈다. 정부의 규제 강화와 지방 부동산 침체로 신규 입주 물량 자체가 줄면서 교체 수요가 축소됐고,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쳐 수익성이 악화됐다. 롯데가 전략적으로 투자한 업계 1위 한샘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3분기 매출은 4414억원, 영업이익은 6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1%, 2.8% 감소했다.

대기업들의 가구 사업 부진은 부동산 규제 강화와 시장 양극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올 들어 6·27 대출 규제, 9·7 공급 대책, 10·15 부동산 안정화 대책 등을 연달아 내놓으며 집값 안정에 주력했다. 그러나 규제지역 확대로 주택 거래가 크게 위축됐고,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결혼·이사가 몰리는 가을 성수기조차 예년 같은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실제 올해 수도권 분양 실적은 202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 ‘주택건설 분양실적’(공동주택)을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기준 수도권 분양 물량은 5만3646가구(임대·조합 제외)에 그쳤다. 최근 최저였던 2023년(3만9615가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런 악재가 당분간 개선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4분기는 보통 연중 최대 성수기지만 긴 추석연휴와 규제 여파로 매출이 3분기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입주물량 감소, 거래 축소, 주택가격 상승으로 리모델링 수요도 위축돼 실적 정상화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중저가 가구 수요가 쿠팡·오늘의집·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급격히 이동한 점도 유통 대기업들의 실적 부진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케아조차 온라인 플랫폼 공세에 밀려 중저가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다른 브랜드의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