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SUV, 장가계 ‘하늘계단’ 오르다 ‘쾅’

입력 2025-11-14 15:47 수정 2025-11-14 16:21
장각계 천문산 계단 오르다 난간에 부딪친 체리자동차 SUV. 웨이보 캡처

중국 5대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인 체리자동차의 신차 홍보 행사가 유명 관광지 훼손이라는 오명만 남긴 채 끝났다. 999개 계단으로 이뤄진 장가계(張家界)의 명물 ‘하늘계단’을 오르려다 미끄러지며 난간을 파손하는 사고를 낸 것이다.

14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2일 중국 최고 등급(5A) 관광지인 천문산(天門山·톈원산)에서 발생했다. 체리차는 신형 하이브리드차 ‘펑윈(風雲) X3L’의 사륜구동 성능을 과시하기 위해 하늘계단 등반에 도전했다. 7년 전 랜드로버가 레인지로버 모델로 세계 최초 등반에 성공하며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장소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SNS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차량은 계단을 오르던 중 동력을 잃고 그대로 미끄러져 내려와 석조 난간을 들이받았다. 충돌 직후 차량 후미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기도 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체리차 측은 성명을 통해 “안전 보호용 로프가 풀려 오른쪽 바퀴에 감겨 주행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세부 관리 소홀과 잠재적 위험 예측 부족을 인정하며, 관광지에서 테스트를 진행해 대중의 우려를 낳은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 성명에는 ‘사과’라는 단어가 네 차례나 포함됐다.

그러나 중국 관영매체 북경일보는 “사과로 훼손된 문화유산이 복구되진 않는다”며 “사실상 마케팅이었던 이번 행사의 승인 주체는 누구이며, 복구 계획은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문산 관광지 측은 하늘다리가 다시 개장했지만, 난간이 아직 수리되지 않아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