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운영해온 ‘통합고용세액공제’가 고용 확대 효과를 내지 못한 채 관성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세제 개편안에서 고용 유지 보상을 강화하는 등 제도를 손질해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기업이 고용을 늘릴 유인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통합고용세액공제는 고용을 늘리거나 유지한 기업에 세금을 감면해 고용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모태가 된 고용증대세액공제가 2017년 도입된 뒤 2023년 중소기업 사회보험료·경력단절여성·육아휴직 복귀자·정규직 전환 세액공제 등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개편됐다. 지난 7월 발표된 내년 세제개편안은 상시근로자 1명당 연간 최대 2400만원까지 공제 규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관련 조세지출은 전년보다 3253억원(7.5%) 증가한 4조634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전체 조세지출 항목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그러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6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고용지원 세액공제 총액은 2020년 1조879억원, 2021년 1조4311억원, 2022년 1조8913억원, 2023년에는 2조247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제도 통합 첫해인 지난해에는 2조2226억원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감소했다. 지난해 정부가 책정한 조세지출 규모가 3조8107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공제 비율은 약 58%에 그쳤다.
고용 통계에서도 개선 흐름을 찾기 어렵다. 국가데이터처 e-나라지표 기준 청년(15~29세) 고용률은 2017년 42.1%에서 지난해 46.1%로 사실상 정체돼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10월 고용동향’에선 44.6%로 18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고용세액공제가 8년째 유지됐음에도 고용 여건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청년 고용률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이에 국회예산정책처는 ‘2026년도 조세지출예산서 분석’에서 통합고용세액공제에 대해 “기업의 상시근로자 수 증가에 긍정적 영향이 크지 않다”고 평가하며 “경기 상황에 따라 탄력적·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일몰 종료가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기업 현장에서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제액이 인건비 대비 미미한 데다 산업 구조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제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제액이 사실상 ‘보조금’ 수준이라 기업이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고용을 늘리는 일은 거의 없다”며 “AI·자동화 확산으로 노동 투입 비중이 줄어드는 산업 현실을 세액공제로 막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업 규모별 한계도 분명하다. 홍 교수는 “대기업은 고용보다 투자가 우선 과제여서 고용세액공제가 실질적 유인책이 되기 어렵고, 중소기업의 절반은 애초에 법인세를 내지 않아 공제를 적용받을 여지가 없다”며 “산업 특성과 기술 변화 속도를 반영하지 않은 채 세제 규모를 확대하는 건 정책 효과를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의 취지와 달리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철 세무사는 “지금은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급여 수준과 무관하게 정액 공제 형태로 제도가 운용돼 양질의 고용창출 효과보다는 채용 직원의 수만 늘리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며 “사업자에게 지속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