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심수봉이 실향민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지은 노래 ‘조국이여’를 부르다 끝내 눈물을 훔쳤다.
13일 저녁 서울 새문안교회 언더우드홀. ‘한국교회 통일선교의 밤’ 오프닝 무대에 선 그는 노래를 마친 뒤에도 한동안 감정을 추슬렀다. 심씨는 “노래하는 프로는 절대로 이렇게 감정을 오버 못하도록 야단 받으면서 배운 음악”이라면서도 “이렇게 오늘은 너무나 눈물이 납니다. 엄마 생각도 나고…”라고 말했다.
“눈 덮인 대지에도 / 뿌리 있으면 / 푸른 잎 다시 피는데 / 무슨 사연으로 갈라섰나 / 조국이여 / 서러운 조국이여 / 이별 땜에 병 난 / 내 조국이여 / 하나님이 위로해주오 / 사랑하게 한 몸으로 다시 안게”
이날 심수봉이 무너진 건, 2019년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한(恨)이 노래에 담겨서였다. 그는 무대에서 “제가 음악의 길을 걷도록 시작해 준 분은 제 어머니”라며 “평양 인근 고향이신 실향민”이라고 어머니를 소개했다. “이 노래를 처음 어머니한테 들려 드렸더니 며칠 잠을 설치시며 웃으시더니 ‘속이 시원하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속 시원하다’는 말에 담긴 세월은 깊다. 외할머니가 공산주의에 반대해 숨진 후 어머니 삼남매가 피난 온 사연, 심수봉이 ‘생 지옥’이라 불렀던 가족 이별의 아픔이었다. 노모는 이 노래를 듣고 “어머니가 보고 싶다”며 며칠을 울었다고 한다. 심씨는 “한 번도 그 상처를 끄집어내 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과거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환하게 웃으셨다”고 말했다. 평생의 한이 해소된 그 웃음은 이날 심수봉의 눈물과 겹쳐지며 통일의 염원으로 이어졌다. 심씨는 “하나님 은혜가 빨리 통일 이루어지도록 긍휼히 여겨주세요”라며 “저는 언젠가는 통일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예상보다 갑자기 빨리 이루어질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 육신은 먼지로 사라져도 영혼은 저에게 ‘저 위에서 하나 될 거야’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며 “기도하면서 곧 통일이 될 거라고 믿을게요”라고 말했다.
이날 무대는 그의 신앙 간증이기도 했다. 첫 곡 ‘백만송이 장미’는 그에게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니었다. 그는 널리 알려진 이 곡에 가사를 붙인 의미를 간증으로 풀어냈다. 심씨는 “남자를 만났지만 역시 제게 사랑을 해주는 사람은 남자는 없었다”라며 “완전히 포기하고 하나님만 믿기로 작정을 하니까 남편이 확 변하더라고요”라고 고백했다.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피어나는 백만송이 장미는 그에게 곧 ‘하나님의 사랑’이었다. 그는 “이런 큰 교회 행사에 저를 불러주셔서 저는 권사라는 호칭도 과분하고 그냥 열심히 믿는 성도”라며 “무조건 여러분 하나님의 사랑을 믿고 의지하는 마음을 가지세요. 힘내세요”라고 격려했다.
글·사진=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