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가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 꼽히는 핵융합 연구시설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경주시는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및 첨단 인프라 구축사업’ 부지 공모에 공식 신청했다고 밝혔다.
신청 대상지는 문무대왕과학연구소 2단계 부지 약 51만㎡ 규모로, 산업단지로 조성돼 있어 연구시설 건립과 착공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경주는 지난 50년간 원전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도시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월성원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본사, 중‧저준위 방폐장이 한곳에 모여 있는 점이 큰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월성원전이 다량 보유한 삼중수소는 핵융합 연구의 필수 연료로, 장거리 운송 없이 신속‧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연구시설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 또한 원거리 이동 없이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다.
시는 원전과 방폐장 운영 과정에서 지질과 지반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받았고 2018년 준공된 극초정밀 양성자가속기 운영 경험 등 첨단공학 기반도 갖추고 있다. 또 풍부한 냉각수, 방사선 감시망, 비상대응 체계 등은 핵융합 연구시설 운영의 안전성을 뒷받침한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 내에 연구시설이 들어설 경우, 양성자과학연구단·중수로해체기술원·SMR제작지원센터 등 인근 연구기관과 장비, 인력, 네트워크를 공유할 수 있어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핵융합 소형화 기술 고도화와 핵융합 전력생산 기술 확보를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경주는 이미 SMR 연구와 제작 지원 기능,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을 통해 관련 기반을 폭넓게 축적한 만큼, 핵융합 소형장치 개발부터 기자재 및 부품 산업까지 포괄하는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다.
수십 년간 원전과 방폐장을 수용해 온 지역 특성상 주민과 정책 수용성도 확보돼 있다. 여기에 대구·포항·울산·부산 등 주요 산업 도시와 인접해 광역 연구·산업 협력의 허브로서 지리적 이점이 있다.
이번 사업은 2027년부터 2036년까지 추진된다. 정부는 핵심기술 개발과 첨단 인프라를 완비함으로써 ‘우라늄 기반의 기존 원자력’에서 ‘수소 동위원소 기반의 핵융합 발전’으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는 원자력 관련 핵심 시설과 연구 인프라가 집적된 국내 유일의 도시로, 핵융합 연구개발과 산업화를 이끌 최적지”라며 “국가 에너지 전환의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경주=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