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전국 시험장에서 시험을 다 마치기 전에 교문을 나서거나, 시험 자체를 포기한 사례들이 잇따라 알려졌다. 연락이 끊긴 수험생을 찾으려 마포대교를 수색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거나, 공황장애를 호소한 수험생도 있었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수능 1교시 지원자 수는 54만8376명, 응시자는 90.6%인 49만7080명이고 결시자는 9.4%인 5만1296명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결시자 수는 5만2210명에서 5만1296명으로 914명 줄었고 결시율은 10.1%에서 9.4%로 감소했다.
서울 강서경찰서에 영일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 수험생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수험생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한 결과 마포대교 북단 인근으로 파악됐다. 한강에 투신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차량 3대와 인력 14명, 고속정 1대를 동원해 수색 작업을 펼쳤다. 다행히 영등포구 여의도 인근에 있는 것으로 파악돼 부모에 인계했다.
전주시험지구 내 한 시험장에서 한 수험생이 갑작스러운 호흡곤란과 불안 증세를 호소해 수능 시험을 포기하고 귀가하는 일도 있었다. 충북 청주 모 여고에서 수능을 보던 한 수험생도 호흡 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안정을 되찾고 병원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 상당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수험생이 어지럼증세를 호소하며 복도에서 쓰러졌다가 회복해 별도 교실에서 시험을 마무리했다.
서울 성북구 한 시험장에서는 수험생이 시험 종료 알림이 울린 후에 답안지를 작성하다가 적발됐다. 타종벨이 울린 후 답안지를 작성하면 부정행위에 해당하고 부정행위로 적발되면 해당 시험은 무효가 된다. 수능 2교시 시작 직전인 오전 10시22분 용산구 용산고에서도 한 남학생이 “부정행위가 적발됐다”며 어두운 표정으로 시험장을 나섰다.
수시에 이미 합격해 수험장을 나서는 수험생도 여럿 있었다. 수시에 합격했다는 오모(18)씨는 친구 두 명과 함께 나와 “엎드려 있으면 (다른 친구들한테) 방해가 될까 봐 국어 시험만 보고 나왔다”며 “도시락은 한강에 가서 먹어야겠다”고 웃었다.
일부 수험생은 시험이 어려웠던 탓에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광진구 광남고 정문을 나선 박모(18)양은 “수시에 합격한 건 아니지만 공부를 너무 안 해서 그냥 나오는 게 나올 것 같았다”며 “집에 가서 쉴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휴학 중인 이모(25)씨도 “인문계인데 이과에 다시 진학하고 싶어 수능에 응시했다”며 “수학은 3∼4문제로 대학이 갈리는데 못 푼 거 같아서 그냥 나왔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수능을 포기한 사연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수험생은 “전날이랑 오늘 아침에도 약까지 챙겨 먹었는데 2교시까지 식은땀이 계속 나고 글 하나도 안 읽히고 머리는 터질 것 같아 포기 각서 쓰고 나왔다”고 전했다.
한 학부모는 “모의고사를 보면 다 1등급은 기본이고 실수로 2~3개 틀리기에 나름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1교시 중간부터 토할 것 같아서 퇴실했다고 전화가 왔다”며 “허탈하고 속상하고 마음이 진정이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