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도 응원받는 사회를”…‘우주 최고 실패대회’ 후일담

입력 2025-11-13 17:19 수정 2025-11-13 17:25
한동대 등이 지난 8일 경북 포항시 북구 환동해지역혁신원 파랑뜰에서 연 ‘우주 최고 실패대회’에서 본선 진출자 등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한동대 제공

한 청소년이 유년 시절 동네 가게에서 과자를 먹고 싶어 네모난 가짜 동전을 만들었던 명랑한 기억을 풀어냈다. 또 다른 학생은 휴대전화에 집중하다 엉뚱한 정류장에서 내린 일화를 그림으로 재치 있게 표현해냈다. 어떤 이는 34번의 공모전 낙선에도 포기하지 않고 소설가의 꿈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고 했고, 어떤 이는 어둡고 방황했던 과거를 담담히 회고했다.

한동대학교(총장 최도성)가 13일 전한 ‘우주 최고 실패대회’ 참가 사연들이다.

한동대에 따르면 글로컬대학30 사업의 하나로 최근 진행된 이번 대회는 경북 포항 지역 최초의 실패 독려 프로젝트로서, 실패를 개인의 낙인으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가 함께 격려하고 축하하고자 마련됐다. 약 2주간 진행된 모집 기간 71명이 신청했다. 이중 청소년 5명과 일반인 5명이 지난 8일 열린 본선에 진출했다.

대회를 기획한 심규진 한동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열 한 살 아이부터 마흔여섯 살의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본선 진출자들이 저마다의 실패담을 때론 재치 있게, 때론 담담하게 풀어냈다”며 “서로의 실패담에 공감과 박수를 보냈다”고 전했다.

본선 심사는 포스코인재창조원, 포항문화원, 우주실패대회 플랫폼 개발자가 참여했으며, 참관객들도 현장 투표에 참여하는 민주적 구조로 진행됐다. 청소년과 일반인 부문 각각 3명씩 6명이 최종 수상자로 선정돼 ‘도전왕 트로피’를 받았다.
최종 수상자 중 한 명으로 뽑힌 서정훈씨가 군복무하며 품게 된 연극 배우로서의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동대 제공

초등학생 시절 피자를 태운 이야기를 재치 있는 영상으로 풀어내 심사위원들과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 학생부터 군 복무 중 연극 무대를 향한 열정을 품고 악조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있다는 청년 등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고깃집 불판을 닦으며 학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당당한 자세로 내면의 단단함을 보여준 어느 청년의 이야기는 대회 참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고 전해진다.

이번에 상을 받은 김노아씨는 “실패를 주제로 한 창업 아이템을 개발해 우주실패대회의 의미를 더욱 확산시키고, 전국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플랫폼을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심 교수는 최종 수상자 6명과 함께 각종 실패담을 담은 ‘우주실패실록’을 내년 1월쯤 공동 출간할 예정이다. 심 교수는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요시하셨다”며 “결과만 따지는 자본주의 세상과 달리 약하고 실패한 자도 사용하시는 예수님처럼 크리스천이라면 실패한 과정일지라도 박수로 응원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참가자들의 실패담을 엮은 ‘우주실패실록’을 통해 성공만을 추구하는 사회가 아닌, 실패를 응원하고 언제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동대는 ‘제2기 글로컬대학30’으로 선정된 이후 포항시와 함께 설립한 환동해지역혁신원(원장 최인욱)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하나로 지난 8월 시작된 이번 대회에는 지역 주민과 스타트업기업, 포항문화원, 포스코인재창조원이 ‘리빙랩’ 구성원으로 함께 참여했다. 리빙랩은 지역을 혁신하기 위해 지역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실험실을 표방한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