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처음 공식적으로 만났으나 사실상 ‘빈손’으로 회동을 끝냈다. 오 시장이 정부에 연이어 요구했던 서울 일부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해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다만 서울시와 국토부는 국장급 소통 채널을 개설해 부동산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오 시장과 김 장관은 13일 서울시청 인근 식당에서 90분간 오찬을 겸한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토허구역, 그린벨트 등 18개 의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오 시장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10·15 대책 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으로 정비사업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면서 “김 장관이 이런 문제를 깊이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관심을 모았던 토허구역과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없었다. 김 장관은 “(관련한) 약간의 말은 나눴지만 구체적으로 논의된 건 없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정부에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집값이 오르지 않았던 지역을 규제 지역에서 해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면담에도 국토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은 것이다. 사실상 빈손 회동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양측은 1000세대 미만 소규모 정비사업 인허가 권한을 자치구에 이양하는 방안에도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해당 방안은 정비 사업 속도를 높이는 데 필요하다며 여권 일각에서 주장 중인 제도다. 오 시장은 “지금 100곳 이상에서 재건축·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며 “자치구 간 사업 시기를 서울시가 조정해 주지 않으면 동시다발적으로 이주가 진행돼 전세 대란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세밀하게 논의하면서 문제를 풀어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양측은 고위급 소통 채널을 마련해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김 장관은 “국장급 소통 채널을 만들어 실무적인 회의를 계속해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와 국토부가 공급 문제만큼은 확실히 손을 잡고 부동산 안정을 이루겠다”고 덧붙였다.
김용헌 기자 y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