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시오 해류 타고 밀려왔나… 잇단 마약 발견에 바다지킴이 근무 연장

입력 2025-11-13 16:33 수정 2025-11-13 18:19
동절기 쿠로시오 해류의 이동 방향. 구글 지도 위에 작업.

제주 북부 해안에서 밀봉된 마약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해안 정화 활동을 담당하는 바다환경지킴이들의 근로 기간이 연장됐다.

13일 제주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9월말 이후 제주 해안에서 차(茶) 제품으로 위장된 마약이 총 12차례 발견됐다. 이에 따라 당초 10월말 종료 예정이던 바다환경지킴이 278명 중 신규 인력을 포함한 220명의 근로 계약이 오는 12월까지로 갱신됐다.

이는 앞서 신고된 마약 12건 중 6건이 바다환경지킴이가 해안 정화 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김주영 제주해경청 수사과장은 “해경 등 유관기관이 대규모 순찰을 벌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마약 발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다환경지킴이분들”이라며 “마약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근무 중 발견 시 즉시 신고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해경은 마약이 낚시객이나 주민, 해녀 등 바다 인근에서 생활하는 이들에 의해 발견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마약 관련 전단지를 제작해 해안 마을 등에 배포하기로 했다.

오는 17일에는 해경·경찰·군·공무원 등 유관기관과 민간이 참여하는 대규모 수색이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9월 29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제주에서는 12건·32㎏에 달하는 마약(검사 전 의심 물질 포함)이 발견됐다.

발견된 지점은 서로 달랐지만 모두 1㎏ 단위로 개별 포장돼 있었으며, 최근 우도에서 발견된 3㎏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신종 마약인 케타민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해당 마약이 범죄 조직의 해상 운송 과정에서 바다에 떨어진 뒤 조류를 타고 제주 해안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견된 마약은 은색이나 연두색의 차(茶) 제품 포장지로 위장돼 있었으며, 동일한 포장의 마약이 최근 경북 포항과 일본 대마도 해안에서도 각각 3차례, 2차례 발견된 바 있다.

해경은 일부 발견물에서 내부에 물기가 확인되고, 외부 포장 테이프가 낡고 접착력이 없는 점으로 미루어 마약이 바다에 떠 있던 시간이 상당히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쉽게 추정되는 것은 쿠로시오 해류다. 이 해류는 필리핀 동쪽 해안에서 시작해 대만을 지나 일본 남부와 제주 인근 해역까지 영향을 미친다.

마약이 발견된 지역은 제주항·애월·구좌·조천 등 북부 해안으로, 이 시기 해류와 바람을 타고 해양 쓰레기가 밀려오는 지역과 일치한다.

앞서 지난 4월 캄보디아에서도 제주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포장지의 마약이 단속된 사례가 있었다.

현재 해경은 미국 연방수사국(FBI)·마약단속국(DEA)·인터폴을 비롯해 호주·싱가포르·태국·대만·중국·일본·캄보디아 등 주요 국가에 사건 현황을 전달하고, 관련 정보 회신을 요청했다.

또 제주에서 발견된 마약의 성분 분석을 의뢰해 원산지나 제조 조직을 추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결과 회신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해경이 마약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고 증거 수집에 나섰지만, 수사 대상을 특정해 검찰에 송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케타민이 신종 마약인 데다 유통 경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해경의 마약 수사 전담 인력이 제한적인 점도 수사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한편, 마약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지급 기준은 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하는데, 현재까지 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았다. 최초 신고자인 서귀포시 성산 해안 바다지킴이에 대한 포상금도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