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무부 등 예산안 비공개 심사 자리에서 ‘친윤(친윤석열)’ 인사인 유병호 감사위원의 퇴출을 압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자리에서 이진수 법무부 차관을 향해선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 관련 법무부와 검찰의 협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지 말라”는 발언도 나왔다.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전날 비공개로 열린 법사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정상우 감사원 사무총장에게 “감사위원(유 위원)이 정신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국민에게 비칠 때는 헌법이 정한 임기 4년을 그대로 지켜주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퇴출 방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정 총장은 건강상 자진사임이나 탄핵 등의 방법이 있다고 언급했다.
박 의원은 이에 “국회가 나서면 또 탄핵소추권을 남발한다는 공세가 들어올 수 있고, 공수처는 무능해서 그런지 3년이 돼가도록 (사건) 처리를 못 하고 있다 보니 감사원 자체적으로 임기 문제든 제약을 가하는 방법이 있을지 의견을 물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 위원은 지난 11일 최재해 감사원장 퇴임식에서 ‘세상은 요지경’ 노래를 틀고, 최 원장 쪽을 향해 “영혼 없는 것들”이라고 고성을 질러 입길에 올랐다. 그는 이재명정부 출범 후 최 원장이 윤석열정부 당시 감사 과정을 점검하는 태스크포스(TF)를 승인한 것에 대한 불만으로 이같은 기행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시절인 2022년 10월 감사원이 국민권익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 등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 있는 공공기관 등을 겨냥해 표적감사를 벌였다며 감사원 실세였던 유 위원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박 의원은 이재승 공수처 차장에게도 유 위원 기행을 거론하며 “공수처는 자질 없는 ‘똘끼’(돌아이 끼) 어린 공무원이 그대로 남아 저런 사태를 저지르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못 느끼냐”고 물었다. 이어 “3년째 그것(유 위원 수사)을 그대로 놔두고 있다. 일을 안 하면서 무슨 염치로 예산을 요구하느냐”며 “예산 깎자는 얘기를 지금 여기서 하고 싶은데 공수처에 여전히 기대를 가진 분들이 있어 참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소위에서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답변하는 이 차관을 민주당 의원들은 제지했다. 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구체적인 수사 지휘가 아니면 답변할 필요가 없다”고 했고, 이성윤 의원은 “너무 자세히 설명하지 말라”고 했다.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낸 이 의원은 “법무부는 당연히 대검찰청과 수없이 소통해야 되고, 그 과정을 일일이 다 말하는 것이 맞는가 의문이 든다”며 “저도 법무부 근무 때 대검과 엄청난 소통을 했지만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직접 서면으로 행사했다든가 이런 공식적 의사결정과 (협의) 결과 외엔 일체 얘기하지 않는 것이 맞는다. 어딜 가든 그런 태도를 견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차관은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