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역 검사 솎아낼 기회”…여권 ‘대장동 사태’ 전면전 나선다

입력 2025-11-13 16:16 수정 2025-11-13 16:28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사퇴하면서 검찰의 대장동 사건 재판 항소 포기 외압 의혹이 정치권에서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외압 실체를 부인하고 있는 여권은 오히려 이같은 전면전 확산을 반기는 기류다. 이번 사태를 윤석열 정권에 부역하고 대장동 사건을 조작한 정치 검사를 솎아내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삼겠단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3일 통화에서 “이번 사태는 검찰개혁의 파고 속에서 검찰 내 국민에 충직한 검사, 전 정권에 부역해온 간신, 시류에 반응하는 기회주의자가 재편되는 ‘검찰 권력 지형 변화’의 시각에서 조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오를 반성하고 책임지며 국민 요구에 부합하는 검찰이 되는 것이 검찰의 1차 책임, 국민을 위한 사정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2차 책임”이라며 “거스를 수 없는 국민 요구에 저항하는 세력이 어디인지, 앞으로 차차 드러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권에선 지난 8일 검찰이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한 뒤 이어진 검찰 내부 반발을 주시하고 있다. 사태 직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엔 전국 검사장, 지청장이 항소 포기 배경을 설명하라는 입장문을 올렸다. 대검찰청 부장·과장·검찰연구관 등 각 단위에선 노 대행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단체 행동도 벌였다. 이에 노 대행은 사태 닷새 만인 전날 사의를 표명했다.

여권 내부에선 검찰의 이같은 반발을 항명으로 규정한다. 지난 정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등 이례적 결정에 매번 침묵했던 검찰이 정권이 바뀌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전 정권에 부역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번 사태를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 검찰 내부 권력 구조를 재편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은 전날 YTN 라디오에서 “최근 검사 집단행동은 항명”이라며 “검사들은 국민을 생각하는 건지, 조직을 생각하며 집단적 의사 표시를 하는 건지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야권이 불을 붙인 이번 사태 관련 국정조사, 나아가 특별검사 도입을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국조를 하면 대장동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고, 검찰의 조작 수사 사실을 모조리 밝힐 수 있다”며 “우리로선 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한 정부 당국자도 “대장동 사건은 국민의힘에 얽힌 게 많은 사안”이라며 “특검을 하게 되면 손해를 보는 야권이 오히려 곧 발을 빼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검찰을 당분간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수장 공백 상태에 놓였다고 급하게 총장을 새로 임명할 경우 ‘제2의 윤석열 검찰총장’이 등장해 정권 차원의 검찰 제어가 어려워질 수 있기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단 대대행 체제로 간다고 봐야 한다”며 “총장을 임명하려 해도 인사 절차가 있어 바로 임명되긴 힘들다”고 밝혔다.

다만 내년 9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설립까지 10개월 넘는 기간 총장을 공백으로 두긴 어려워, 이재명 대통령이 조만간 후임 총장을 임명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른 정부 고위 당국자는 “검찰 조직 개편 때까지 검찰을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을 해봐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동환 윤예솔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