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원 케이크도 불티…연말 앞두고 호텔이 불지핀 ‘디저트플레이션’

입력 2025-11-13 16:09
지난해 공개된 신라호텔 크리스마스케이크. 신라호텔 제공

연말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크리스마스 케이크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해 신라호텔의 40만원 케이크가 화제를 모았던 데 이어, 올해도 희소성과 디자인, 브랜드 협업을 내세운 고가 디저트가 잇달아 등장했다. 초콜릿·커피·빵값이 줄줄이 오르는 ‘디저트플레이션’(디저트+인플레이션) 속에서도, 연말만큼은 달콤한 사치를 즐기려는 소비 심리가 맞물리며 프리미엄 케이크의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스타벅스가 올해 조선호텔과 협업해 내놓은 조선델리 스노우맨 케이크. 스타벅스 코리아 제공

올해 크리스마스 케이크 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프리미엄’이다. 호텔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업계도 고급화 흐름에 동참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14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앱을 통해 19종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전 예약받는다고 13일 밝혔다. 그중 조선호텔과 협업해 선보이는 ‘조선델리 스노우맨 케이크’(7만9000원)는 지난해 첫 협업 제품이 큰 호응을 얻자 라인업을 확대한 한정판으로, 올해 역시 조기 품절이 예상된다.

투썸플레이스 역시 15일부터 ‘홀리데이 시즌’ 1차 라인업 6종을 공개한다. ‘윈터 베어’ ‘부쉬 드 노엘’ ‘스초생(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 등 입체적 디자인과 감성 패키징으로 시각적 완성도를 높였다.

국내 주요 호텔들도 각자의 콘셉트와 희소성을 내세운 ‘시그니처 케이크’로 연말 고객 유치 경쟁에 불을 지폈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는 눈 덮인 마을을 형상화한 ‘뤼미에르 블랑슈’를 38만원에 선보였다. 화이트 초콜릿 하우스와 트리, 조명 장식을 결합해 예술품 수준의 ‘디저트 오브제’로 완성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공개한 2025 크리스마스 케이크. 워커힐호텔앤리조트 제공

파라다이스호텔은 우체통 모양의 ‘산타 포스트박스’ ‘딸기 트리’ 등 8만~14만원대 케이크 5종을 내놨다. JW 메리어트 동대문은 초콜릿·밤·시트러스 향의 케이크 6종을, 포시즌스호텔 서울은 트러플 초콜릿 무스를 더한 ‘다이아몬드 포시즌스 리프’를 선보였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입체적인 트리나 오너먼트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친다”며 “연말 케이크는 단순 디저트가 아닌 브랜드의 감도와 공간 경험을 보여주는 마케팅 수단인 만큼 완성도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화려한 ‘프리미엄 케이크’ 전쟁 이면에는 디저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짙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초콜릿 가격은 전년 대비 16.3% 급등하며 1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커피 14.7%, 빵 6.6%, 케이크 4.5% 등 주요 품목 역시 모두 물가 상승률(2.4%)을 웃돌았다. 생딸기·크림치즈·버터·설탕 등 원재료와 포장재·인건비·환율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구매 의지는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스타벅스 조선델리 케이크는 하루 만에 완판됐고, 호텔 케이크 역시 “비싸다”는 말이 매년 나오지만 품절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는 “연말 케이크는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브랜드 감성과 경험을 소비하는 상징적인 ‘작은 사치’로 자리 잡았다”며 “고물가 속에서도 자신에게 주는 보상 심리가 강해지며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