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처음 시행되는 프로야구 아시아쿼터 제도가 각 팀의 전력 재정비 작업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모양새다. 가장 발 빠르게 나선 구단은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한화 이글스다. 대만 출신 좌완투수 왕옌청을 영입해 선발투수진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한화는 일본프로야구(NPB) 라쿠텐 골든이글스 소속이었던 왕옌청과 연봉 10만 달러에 아시아쿼터 선수 계약을 맺었다고 13일 밝혔다. 내년 아시아쿼터제 시행을 앞두고 성사된 첫 계약 사례다.
왕옌청은 “1호 아시아쿼터 선수로 입단하게 돼 영광이다. 팬들의 열정과 사랑이 대단한 팀의 일원이 돼 기쁘다”며 “한화가 내년 시즌 더 높이 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왕옌청은 대만 국가대표 출신으로 최고 구속 154㎞의 빠른 공과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주무기다. 올해 NPB 이스턴리그(2군) 22경기에서 10승 5패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했다.
손혁 한화 단장은 “선발진에 좌완이 류현진뿐이라 왕옌청의 가세로 좌우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리그 각 팀에 주축 좌타자들이 많아 좌완이 경쟁력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생으로 발전 가능성이 남았고, 100구 이후에도 유지되는 구속을 장점으로 꼽았다.
KT 위즈는 이날 아시아쿼터 선수로 일본 우완투수 스기모토 코우키를 총액 12만 달러(연봉 9만 달러, 인센티브 3만 달러)에 영입했다. 스기모토는 “리그에 빠르게 적응해 좋은 경기력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태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2023년 일본 독립리그 토쿠시마 인디고삭스에 입단한 스기모토는 올해 42경기 5승 3패 평균자책점 3.05의 기록을 남겼다.
나도현 KT 단장은 “최고 구속 154㎞의 강한 직구와 슬라이더,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갖춘 투수”라고 소개했다.
아시아쿼터제는 각 팀의 자유계약선수(FA) 및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아시아쿼터 선수 영입 비용은 연봉과 계약금, 특약, 이적료 등을 더해 최대 20만 달러를 넘을 수 없다. 구단으로선 몸값 대비 경쟁력이 있는 선수를 잡을 기회가 생긴 셈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1월 이사회에서 아시아쿼터제 도입을 결정했다. 아시아와 호주 국적 선수 중 직전 또는 해당 연도 아시아 리그에 몸담았던 선수를 포지션 제한 없이 팀마다 1명씩 영입할 수 있다. 아시아쿼터 선수는 기존 외국인 선수 3명과 함께 한 경기에 동시 출장할 수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