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우리가 황교안” “이재명 탄핵” 직접 썼다…당내선 “실수” 반발도

입력 2025-11-13 15:18 수정 2025-11-13 15:55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2일 국회 계단 앞에서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및 검찰 항소포기 외압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규탄대회에서 “우리가 황교안” “이재명 탄핵” 등 발언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황교안 전 총리를 옹호하고, 취임 5개월 밖에 되지 않은 대통령에게 탄핵을 거론한 것은 성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장 당내에서도 “실수한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왔지만, 당 지도부는 “정교하게 준비된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평소 직접 연설문을 작성하고 퇴고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진 장 대표는 전날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규탄대회에 앞서 해당 문구들을 고심해 쓴 것으로 알려졌다. 분위기에 휩쓸린 우발적인 표현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황교안’ 발언과 관련해 “부정선거 때문에 황 전 총리를 품기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특검의 강압 수사를 받는다는 점에선 우리 당과 비슷한 처지인 성격이 있다. 명분 있게 황 전 총리 편에서 지지해줄 수 있는 기회가 또 있겠느냐”고 말했다.

요컨대 당이 부정선거에 휩쓸리지는 않되 강성 지지층을 다독이고, 외연 확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 때와 비슷하다고 본다”며 “지지층을 달래면서 중도로 갈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미리 경고음을 알리는 성격이 있다고 한다. 이재명정부가 사법개혁 등 명분으로 국가 시스템을 입맛대로 개조하는 사실상의 ‘연성 독재’로 가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장 대표는 전날 규탄사에서 ‘이재명’을 22차례 언급했는데, 연설 내내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고 ‘독재자’라 규정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를 일소하기 위해 여권에선 배임죄 폐지나 재판 중지법을 추진하고, 실제로 항소포기 등 무리한 시도를 하고 있지 않느냐”며 “그런데 검찰도 법원도 언론도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체제전쟁, 탄핵 등 표현은 정말로 일련의 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도부 인사는 “여권에선 국민의힘더러 시도 때도 없이 내란 정당이라고 몰아세우는데, 작용 대 반작용처럼 우리도 ‘(이 대통령) 재판 재개하라’ ‘탄핵감이다’ 말은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마냥 탄핵하자는 게 아니라 외압 의혹이 사실로 확인이 된다면 탄핵감이라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부정적인 기류도 감지된다. 황 전 총리와 부정선거 이슈를 떼놓을 수 없는 만큼 대놓고 옹호해서는 안 됐다는 지적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다 좋았는데 ‘우리가 황교안’ 때문에 빛이 바랬다”라며 “윤 어게인으로 향하는 순간 우리 당은 무덤에 들어간다. 의원들이 함께 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탄핵 발언을 두고는 너무 섣부르게 꺼내 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찰이 항소포기에 이르게 된 의사결정 과정을 진상규명한 다음 여론의 추이를 살펴 가야 하는데, 중대한 카드를 너무 이르게 써버렸다는 취지다. 율사 출신 한 의원은 “당장 탄핵해버리자는 건 지지층에 ‘사이다’스러운 발언일 수 있어도 실현 불가능하고, 오히려 이슈가 또 정쟁으로 묻힐 수 있다”며 “검찰에서도 계속 반발이 나오고 있으니 사안이 어떻게 굴러갈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