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연습 중 교통사고 뇌사상태 60대, 5명에 장기기증[아살세]

입력 2025-11-13 13:59 수정 2025-11-13 15:45
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린 김남연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마라톤 연습 중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진 60대가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생명을 남기고 하늘로 떠났다.

1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9월 19일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김남연(62)씨가 폐와 간, 좌우 신장, 안구를 5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

김씨는 같은 달 14일 새벽 마라톤 연습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차량에 치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이미 2009년 장기기증 희망 등록에 이름을 올린 김씨는 생전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생명나눔을 통해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생애 가장 큰 행복일 것”이라고 자주 얘기해왔다. 가족들은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기증을 결심했다.

경북 성주군에서 태어난 김씨는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일찌감치 일을 시작했다. 최근까지도 산불 지킴이나 건설현장 근로자로 성실히 일했다.

김씨는 주변을 두루 잘 챙기는 성격으로, 수화 자격증을 취득해 주변 청각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60살이 넘은 나이에도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45분 안에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매일 새벽 4시면 집에서 나와 17㎞를 2시간 동안 달렸다고 한다.

고인의 형 홍연씨는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린다는 멋진 생각을 한 동생이 자랑스럽다”며 “모든 것을 주고 갔지만 모든 걸 가진 동생이 하늘에서 편히 쉬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고인의 뜻에 함께하기 위해 자신들처럼 갑작스레 가족을 잃고 힘들어하는 다른 기증자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후원하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