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사막서 발견된 시신…‘코인 백만장자’ 부부였다

입력 2025-11-13 09:47 수정 2025-11-13 09:49
가상화폐로 큰 돈을 번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부부 로만 노박과 그의 부인 안나. 인스타그램 캡처

가상화폐 백만장자로 알려진 러시아 부부가 실종 한 달 만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사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수사당국은 부부의 가상화폐를 노린 범죄로 보고 러시아 측과 공조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코타임스와 폰탄카, 미국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가상화폐 사업가인 로만 노박과 그의 부인 안나는 지난달 초 두바이에서 실종됐다.

부부는 ‘투자자를 만나러 간다’면서 외출한 후 연락이 끊겼고, 며칠 뒤 가족이 실종 신고를 했다.

이들 부부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지난달 2일이였다. 부부는 두바이 하타 산악 리조트 인근 호수에서 이동하던 모습이었다.

부부를 태운 운전기사는 두 사람을 호수 근처에 내려준 후 이들이 다른 차량으로 갈아타는 장면을 봤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러시아 매체 폰탄카는 납치범들 부부를 하타 마을 소재 빌라로 유인하고는 노박의 가상화폐 지갑 비밀번호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지갑엔 가상화폐가 없었고, 이에 납치범들은 부부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곤 사막에 묻은 것으로 나타났다. 납치범들은 시신 일부는 쇼핑몰 쓰레기통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시신은 지난달 3일 푸자리아 인근에서 발견됐다.

폰탄카는 수사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사건엔 러시아인이 총 8명 연루된 것으로 보이며 이 중 3명은 범행을 조직한 주범, 나머지 5명은 중간 전달책(브로커)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뉴욕포스트는 이들 중엔 노박에게 사기를 당한 투자자와 러시아 내무부에서 근무했던 이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7명이 러시아 현지에서 검거됐으며 나머지 1명은 UAE 경찰이 쫓고 있다.

노박은 러시아 가상화폐 업계에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빠른 송금을 내세운 ‘핀토피오’ 플랫폼을 만들어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중동 지역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노박은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와 인맥을 자랑하기도 했다.

부부는 SNS을 통해 고급차, 개인 제트기 사진 등을 올리며 호화로운 생활을 과시했다.

하지만 노박은 가상화폐 관련 사기에 연루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20년 투자자 돈을 갈취한 혐의로 러시아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뒤 2023년 조기 출소했다. 출소 후엔 UAE로 이주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