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63)의 부인이자 배우인 류자링(유가령·60)이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의 초상권 침해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파문이 일었다. 중국에 고질적인 초상권 경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다.
중국 홍성신문 등에 따르면 류자링은 10일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캡처한 사진 2장을 공개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이런 심각한 침해가 당신의 마케팅 전략인가”라고 반문했다.
문제의 사진은 중국의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인 광군제(11월 11일) 기간에 빅테크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의 건강식품 판매 페이지에 올라온 것이다. 량차오웨이가 검은 옷을 입고 웃는 반신 사진으로 건강식품 2병을 사면 1병 가격을 299위안으로 할인해준다는 광고였다. 량차오웨이의 사진이 해당 페이지의 절반을 차지해 광고모델로 기용된 것처럼 보였지만, 류자링은 남편이 해당 업체에 사진 사용을 허용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업체 측은 언론에 지난해 량차오웨이가 출연한 영화 관련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후원했기 때문에 초상권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후원을 했어도 출연자들의 초상권을 사용할 권한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업체는 량차오웨이의 사진이 첨부된 광고 페이지를 삭제했고 쇼핑몰은 이후 이 업체를 폐점 처리했다.
네티즌들은 류자링을 지지하며 초상권 무시 관행을 개탄했다. 특히 인터넷 쇼핑몰 등 플랫폼이 초상권 침해를 방치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초상권 보호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중국 샤오샹천바오는 “이번 사건은 플랫폼들에 경종을 울린다. 유명인이 직접 개입하고 여론이 고조될 때까지 기다려선 안 된다”면서 “권리 침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더욱 엄격한 사전 검열 체계를 구축하는 게 소비자와 권리자에게 책임을 다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영화 ‘화양연화’ ‘무간도’ 등에 출연한 량차오웨이와 ‘동사서독’ ‘적인걸’ 등에 출연한 류자링은 홍콩 연예계에서 모범부부로 꼽힌다. 19년간 열애한 끝에 2008년 결혼했고 17년간 잡음 없이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 민시신문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량차오웨이와 달리 거침없고 솔직한 스타일인 류자링은 평소 남편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전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