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싸구려’ 옛말” C뷰티가 밀려든다…시험대 오른 K뷰티 안방

입력 2025-11-11 17:02
중국 색조 브랜드 플라워노즈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국내 첫 팝업스토어를 열고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플라워노즈 인스타그램 캡처

국내 유통 시장을 뒤흔든 중국계 ‘초저가’ C커머스 공습이 뷰티 시장까지 번졌다. 한때 ‘싸구려’로 여겨지던 C뷰티 브랜드들이 화려한 색조 연출과 소셜미디어 기반 마케팅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여기에 반일 정서 완화 속 일본 뷰티 브랜드들까지 조용히 국내 복귀에 나섰다. 포화 상태인 K뷰티 시장은 다시 경쟁의 한복판에 놓였다.

최근 뷰티업계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주체는 단연 중국계 브랜드다. 11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동화적인 색조 디자인을 앞세운 중국 플라워노즈의 국내 첫 팝업스토어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플라워노즈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첫날 방문객이 2000명을 넘어서는 등 화제를 모았다. 틱톡 팬덤을 기반으로 성장한 또 다른 C뷰티 브랜드 주디돌은 최근 쿠팡 입점을 추진하며 국내 시장에서 시동을 걸고 있다.

중국계 생활잡화 유통업체도 뷰티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요요소는 이달 전북 군산시에 국내 1호점 개점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에는 서울 중구 충무로에 뷰티 중심의 대형 매장을 열 계획이다. 자체 색조 라인과 초저가 가격 전략을 앞세워 다이소와의 정면 대결을 선언한 셈이다.

이 같은 공세의 배경에는 Z세대 화장법의 변화가 있다. K뷰티 특유의 얇고 자연스러운 연출 대신 중국식 화장 ‘도우인(抖音) 메이크업’이 각종 소셜미디어를 타고 확산하는 추세다. 틱톡을 타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도우인 메이크업은 하이라이터·글리터·속눈썹 등으로 선명하게 색조 포인트를 강조하는 화장법이다. 여기에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생산비를 기반으로 한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브랜드는 한국을 판매 시장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글로벌 확장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듯 요요소 등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뷰티 브랜드 캔메이크(CANMAKE)는 2019년 일본 불매 운동 이후 한동안 철수했지만, 최근 반일 정서 완화 흐름 속에서 CJ올리브영 재입점과 자사몰 운영을 통해 국내 재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캔메이크 인스타그램 캡처

‘노재팬’ 기류 완화로 J뷰티 역시 다시 선택지에 오르고 있다. 일례로 일본 대표 뷰티 브랜드인 캔메이크는 2019년 반일불매운동 여파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으나, 지난 8월 CJ올리브영에 입점하며 재진출에 나섰다. 이달 올리브영N성수에서 프로모션존을 운영하고, 주요 대학가에서 트럭 팝업을 전개하는 등 오프라인 접점도 적극 확대하고 있다. 구찌·루이비통 등 글로벌 럭셔리뷰티 하우스 역시 서울 성수·명동을 중심으로 한국 공략에 합세했다.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의 공세까지 더해지며 K뷰티는 녹록잖은 환경에 놓여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최대 실적을 내고 있지만, 각종 도전을 극복해야 K뷰티가 성장 동력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책임판매업체는 2019년 1만5707개에서 지난해 2만7932개로 급증했지만, 같은 기간 폐업률은 5.6%에서 28%로 치솟았다. 제조자개발생산(ODM) 제조력 상향 평준화로 제품 품질 차이는 줄었으나 브랜드 간의 콘셉트나 톤앤매너 등은 갈수록 비슷해지며 차별화가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한국산’이라는 말만으로는 소비자를 설득할 수 없다”며 “인플루언서만큼이나 실사용 리뷰를 신뢰하고 ‘프리미엄’에도 쉽게 반응하지 않는다. 결국, 브랜드 서사와 체험, 커뮤니티 등 재구매를 유도할 구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