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 출전한 20대 선수를 1t 포터 트럭으로 들이받아 뇌사 상태에 빠뜨린 80대 운전자가 경찰에 “신호등을 보느라 사람을 미처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충북 옥천경찰서에 출석해 전날 사고가 난 경위에 대해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신호등은 사고 지점 전방 1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차선을 변경한 이유를 두고 “다른 차량을 먼저 보내주기 위해 1차로에서 2차로로 차선을 바꾸려 했다”며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조사를 마친 후 사고 조사 진행 상황을 듣기 위해 경찰서를 찾은 피해자 B씨(25) 부모를 만나 참회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전날 오전 10시 8분쯤 충북 옥천군 구간에서 진행된 모 마라톤대회에서 A씨가 몰던 트럭이 청주시청 운동부 선수인 B씨를 들이받았다.
대회 구간(도로)은 두 개 차로였는데, 한 개 차로는 일반차량 통행에 사용됐고 나머지 차로가 마라톤 선수들을 위해 통제됐다. B씨는 사고 당시 최선두에서 뛰고 있었으며, 경찰차가 약 20~30m 앞에서 선수들을 호위하고 있었다.
B씨는 어깨띠를 이어받은 후 약 300m를 달리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뇌가 손상돼 이틀째 연명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몰던 트럭이 시속 약 57㎞로 B씨를 덮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엘리트 마라톤대회에선 코치진이 탄 차량이 선수 보호를 위해 뒤따라 붙는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선수들이 어깨띠를 이어받는 구간을 피해 코치진 차량이 B씨를 앞서가 대기하던 새 벌어졌다.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정식 입건할 계획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