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계가 연이은 승부 조작 스캔들로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프로농구 NBA와 종합격투기 UFC에 이어 메이저리그 MLB까지 경기의 공정성을 해치는 비정상적 베팅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났다. MLB가 선수들의 도박 가담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를 발표했지만 각 종목 단체의 대처가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MLB 사무국은 11일(한국시간) 투구별 베팅 최고액을 200달러(약 29만원)로 제한하는 보호 조치를 발표했다. 사무국은 “볼·스트라이크 여부나 투구 속도에 따라 이뤄지는 ‘마이크로 베팅’은 한 선수의 행위로도 결정될 수 있다.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일회성 행위에 초점을 맞춰 공정성을 떨어뜨릴 위험이 높아진다”며 “이런 유형의 베팅에 엄격한 금액 한도를 설정하거나 금지하면 선수들이 위법 행위에 가담할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MLB는 전날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투수 이매뉴얼 클라세와 루이스 오르티스가 승부 조작, 금품수수 등 협의로 기소되자 이 같은 조치를 내놨다. 지난 7월 리그 출장 정지 징계를 내린 이후 4개월 만이다. 두 투수는 도박사들과 구종, 스트라이크·볼 여부, 투구 속도 등을 사전 협의하고 수천 달러를 받은 의혹을 받는다. 이들이 나선 경기에는 예상과 배치되는 비정상적 베팅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천시 빌럽스 감독, 마이애미 히트 가드 테리 로지어 등 전·현직 NBA리거들이 베팅 조작 등 혐의로 체포됐다. 선수가 결장하는 시점을 도박사들에게 미리 알려준 뒤 베팅하는 방식이 드러났다. 아담 실버 NBA 총재는 “로지어의 경기에서 비정상적 베팅을 확인했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며 “수사 당국과는 꾸준히 협력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아이작 둘가리안과 야디에르 델 발레의 UFC 경기에선 고의 패배 논란이 일었다. 둘가리안의 승리에 걸린 베팅 배당률이 경기 한 시간 전쯤부터 급락했고, 둘가리안은 1라운드 만에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서브미션 패배를 당했다. UFC는 하루 뒤 둘가리안을 방출했으나, 공식적인 사유를 ‘경기 패배’라고만 명시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