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및 일부 기술주로의 투자 쏠림이 생산성 착시를 부르고 자산 거품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경고가 나왔다. 이러한 악재가 현실화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보다 0.1% 포인트 오른 3.0%로 제시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대외연)이 11일 발표한 ‘2026년 세계경제 전망’에 따르면 내년 세계 경제는 3.0%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 5월 전망치보다 0.1%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대외연이 앞서 제시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와 같다. 미국발 관세정책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제한적이었던 점과 주요국 수출과 내수가 양호한 흐름을 보인 점이 반영됐다.
대외연은 “전체적인 성장률 수준 자체는 올해와 내년 모두 높지 않아 세계 경제가 구조적 어려움 속에서 완만한 성장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발 통상 불확실성, AI 등 기술 투자 쏠림, 재정 여력 약화 등 3가지 리스크가 나타날 경우 3%대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상하 대외연 국제거시금융실장은 “(관세 협상) 합의에 도달하고 있는 현 상황이 원복되고 상호관세 재인상 등 글로벌 무역 전쟁이 재점화할 경우 세계 교역과 투자가 급격히 위축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AI 등 일부 기술주 시장으로의 ‘투자 붐’에 따른 자산 거품 위험을 경고했다. 최근 수년간 AI를 비롯한 기술 분야에 투자 열풍이 불며 관련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AI 투자가 생산성 향상 등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해당 부문의 자산 가격이 급격히 조정되면서 실물경제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실장은 “이러한 쏠림이 중장기적으로 기업이익을 증대시키고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올린다면 다행이지만, 그렇다 해도 높은 집중도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급증한 정부 부채도 경고했다. 대외연은 “이미 정부 부채 비율이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지만 고령화 대응, 방위비 지출 등 요인으로 계속 누적되고 있다”며 “정부 재정 여력이 축소되면 부채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는 위기 시 투자자 신뢰가 떨어져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재정 위기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은 개인·기관·연기금 등의 해외 투자 확대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윤 실장은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에 들어선다면 환율이 안정세로 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약 2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가 예정된 점, 해외 증권투자가 많이 늘어난 점이 환율 하락을 제약하는 등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