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11시, 전 세계의 시선이 부산으로 향했다. 유엔기념공원에 울린 묵념의 종소리와 함께 22개국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턴 투워드 부산’이 경건히 거행됐다.
부산시는 이날 오전 유엔기념공원에서 전 세계의 동시 묵념 행사인 ‘턴 투워드 부산’ 국제추모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박형준 부산시장, 박수영 국회의원, 유엔군사령부 장병과 참전국 대사 등 주요 인사가 함께했다.
‘턴 투워드 부산’은 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에 1분간 묵념을 통해 6·25전쟁에 참전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22개국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는 세계 유일의 국제추모 행사다. 2007년 캐나다 참전용사 빈센트 커트니의 제안으로 시작돼 2020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이날 국민대표로 참석한 이중근 대한노인회장(부영그룹 회장)은 유엔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며 헌화했다. 그는 “6·25전쟁에서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유엔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유엔의 날(유엔데이)’을 국가공휴일로 다시 지정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그는 “6·25전쟁은 유엔 창설 이후 60개국이 참여한 유일한 전쟁이었다”며 “유엔데이를 다시 공휴일로 지정한다면 참전국에 대한 예우와 국제협력 강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15년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 23개 유엔 참전국 참전비를 세우는 데 건립비를 지원했다. 올해만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세 차례 방문하며, 유엔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알리고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그의 ‘유엔데이 공휴일 재지정’ 제안은 사회적 공감대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8월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고, 9월에는 40만명이 서명에 동참해 국회에 전달됐다. 유엔데이는 1945년 유엔 창설일(10월 24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날로, 우리나라는 1975년까지 법정공휴일로 운영했으나 1976년 북한의 유엔 가입에 반발해 폐지됐다.
이 회장은 또 역사서 ‘6·25전쟁 1129일’을 저술해 해외 참전국과 국내 기관에 1000만부 이상 무상 배포하며 전쟁의 기록과 평화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부영그룹도 공군 하늘사랑장학재단에 100억원을 기부하고, 국가보훈부 ‘제복의 영웅들’ 프로젝트 후원, 6·25재단 기탁 등 꾸준한 호국보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 시장은 “부산은 유엔 참전국이 지켜낸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잊지 않고, 세계평화의 상징 도시로서 그 뜻을 이어가겠다”며 “유엔기념공원을 중심으로 세계 시민이 함께 평화를 기리는 도시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